[씨줄날줄] ‘지하드’와 ‘크루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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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9-20 00:00
입력 2001-09-20 00:00
이슬람도 초기에는 교세를 확장하느라 인접국들을 무력 침범한 적이 있다.7∼8세기 이교도들을 향한 이슬람의 대정복전쟁이 대표적인 예다.그렇더라도 코란은 남을 공격하는 행위 자체를 죄로 규정하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호전적인 집단은 될 수 없다는 것이 이슬람 지도자들의 항변이다.‘한 손에 코란,한 손에 칼’을 든 이미지는 늘 경쟁 또는 분쟁관계에 있던 기독교 세력의 조작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성전’의 개념은 기독교에도 있다.‘크루세이드(crusade)’가 그것이다.이 단어를 고유명사로 쓰면 역사상 그 유명한 ‘십자군전쟁’을 말한다.‘십자군전쟁’은 훗날 낭만주의 소설의 모태인 기사(knight)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데,실상은 낭만적이기는커녕 참혹했다.11세기 유럽은 봉건사회내부의 갈등을 외부에서 해소하고자 이슬람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명분은 기독교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교도의 손에서 되찾겠다는 것이었다.200년간 8차례에 걸친 이 전쟁에서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참패했다.그 시대에 관한 서양 문헌은 기독교의 우월성을 강조한 것이 기본이지만,발달한 이슬람문명과 ‘이교도 신사’에 대한 경탄도 틈틈이 들어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민에게 연설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크루세이드’라고 규정했다.그것이이슬람에 대한 기독교 세계의 성전을 의미하는지,21세기에새로 십자군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인지,아니면 국민 감성에호소하는 수사(修辭)인지는 분명치 않다.어쨌거나 이번 테러 참사가 문명 충돌을 일으켜 세계대전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세계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섬뜩한 발언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2001-09-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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