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곰배령
기자
수정 2001-09-15 00:00
입력 2001-09-15 00:00
산자락에서부터 들꽃의 향연이 시작된다.길섶으로는 달맞이꽃,달개비,엉겅퀴,억새꽃을 스쳐간다.계곡 옆길에선 연보라빛의 금강초롱을 비롯,물봉선화,투구꽃,꼬리풀도 수없이만나고,뭍으로 마실나온 산가재와도 조우한다.하늘이 안 보이는 숲길에선 줄기에 마디가 진 속새 군락의 별천지가 펼쳐진다.
낮은 지대의 들꽃들은 아직도 한여름날의 싱싱함을 뽐내고 있는데 산 능선 정상에 핀 들꽃들은 조용히 시들고 있었다.높은 지대에 핀 들꽃들의 절정기는 그 높이만큼 반대로 절정기가 짧은 것은 아닌지.세속의 절정기에 있는 누구든 곰배령의 들꽃처럼 아름답게 시들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2001-09-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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