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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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8-31 00:00
입력 2001-08-31 00:00
“그대를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였다.이웃을 사랑한다며나를 사랑하고 말았다.가만히 푸른 하늘이 내려다 본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이 글이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온다.
‘행복은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된다’라는 프랑스 철학자 알랭의 말은 물질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받기보다는 주는 것이 남을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은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다.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때 그 행위 자체에서 샘솟는 행복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그것은 주위를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밝게 한다.
그러나 요즘 세상이 몹시 삭막하고,인정이 메말라간다고들 얘기한다.인터넷 생활이 일상화되고,도시화되고 일상생활마저 패션화된 ‘현대’라는 공간에서 개인은 분절되고 고립되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물질적 부와명예,지위 등 외면적 가치 추구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또한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하고 말과 행동이 다르며 칭찬하기보다는 남을 헐뜯고 허명을 떨치려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에서 순수한 나눔과봉사와 헌신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만나기 힘든 모습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서도 한줄기 빛으로 우리 사회를 비추고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결코 실망하거나 희망을 버릴 일은 아니다.
여유롭지 못한 생활을 하면서 퇴직금과 평소 한푼 두푼 저축해 모은 거액을 후학양성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탁한 퇴직교수님,평생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다가 떠날 때도 미장원을 해서 모은 재산 10억원을 대한적십자에 남긴 할머님,또한 화재현장에서 불굴의 의지와 희생정신으로 한 사람의 인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불길 속에 뛰어들어 순직했고 그래서 어린 상주(喪主)로 하여금 ‘항상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기억할 거예요’라며 끝내 눈물을 떨구게 한 우리의 소방관님,격무속에서도 틈을 내어 폐지나 빈병 등을 모아 그 수익금으로 자폐아동을 돕고 있는 ‘넝마’ 경찰관님,이들의 아름다운 행동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지탱해 주는 힘이며 각박한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윤활유가 아닐까.
대형 선박의 키에는 ‘보조키’라고 부르는 또 하나의 작은 키가 붙어 있는데 이 보조키를 조금만 움직여도 배는 천천히 움직여서 마침내는 배의 진행 방향을 크게 변화시키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세상을 바꾸는 변화는 작은 실천들로부터 시작된다.단순하고 작아 보이는 일이지만 직접 실천하느냐,하지 않느냐에 따라 지금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던 경이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고,지금보다도 더 힘겹고 메마른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친절하고 양보하는 마음,사회나 국가의 화합과 발전을 우선시하는 희생과 봉사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선박의 ‘보조키’와 같은 역할을 하여우리 사회를 ‘더불어 사는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이근식 행자부장관
2001-08-31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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