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선언] 행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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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8-13 00:00
입력 2001-08-13 00:00
며칠전 지방에 갈 일이 있어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우연히 오후 1시 라디오 뉴스를 들었다.얼마전까지만 해도같은 직장의 동료였던 한 여자 아나운서가 또박또박한 말솜씨로 뉴스를 했다.감회가 새로웠다.몇달전까지 나에게뉴스란 ‘듣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나도 뉴스를 ‘듣고’만 있으니 말이다.

그 여자 아나운서와는 수년을 같은 사무실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안부를 묻고 격려하던 사이였는데 지금은 텔레비전을 통해 서로를 지켜보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처지가 되었다.그러고 보면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은 어떤 인간관계에 있어서나 통용되는 진리인 것 같다.

운전을 하며 이렇게 추억을 되새기다 보니 문득 같은 여자로서 동료였던 그 아나운서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대학 때 꿈이 아나운서였고,대학 4학년때 언론고시를 치러서 단번에 합격했으며 반듯한 마스크에 굵직한 음성으로 한동안 뉴스앵커로 이름을 날리다가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세상이 부러워 하는 결혼을 하고 이제는 아줌마아나운서가 되었다.

아나운서를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갖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남편을 내조하며,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집안일과 직장을 병행하며 만족해 하며 산다.그녀의 표정을 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는데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자신의 꿈을 완벽하게 이루었으니까.하지만 ‘평안감사도저 싫으면 그만’이라고,나는 같이 근무하면서도 그녀와같은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물론 아나운서는 좋은 직업이고 여대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마치 남의 옷을 입은 듯 불편하고 어색할 때가 많았다.내꿈은 그곳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렇듯 특정부류의 사람에게 가치 있는 것이 어느 누구에게나 일반적가치를 가진 것은 아니다.

나는 얼마전 대형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하고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뛰어 들었다.방송 스케줄이 있는날에는 아침 일찍 집으로 매니저가 차를 몰고 데리러 와서미장원이며 방송사며 일정대로 같이 다니며 나를 도와준다.작년 이맘때쯤만 하더라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생활이다.나의 주변은 너무도 많이달라졌다.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그밖에도 연극배우·탤런트·칼럼니스트·대학원생 등 여러 가지 다른 이름이 따라다닌다.



나는 행복을 찾아서 거친 세상에 나왔다.10대에 이루고싶었던 꿈들을 훨씬 세월이 지난 지금 남들은 늦었다고 포기할 수도 있는 나이에 감히 이루어 나가려고 한다.안해서못하는 것이지 못해서 안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인생의 기로에 서서 혹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구체화시키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면 하고싶은 말이 있다.실패가 두려워 안주하는 사람은 되지 말라고.적어도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하기 싫은 일은 ‘NO’라고 말 할 수있는 힘을 가진 당당한 여성이 되기를 바란다.스스로에게질문을 던져본다.“행복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하고싶어 원하던 일인가?”[임성민 방송인]
2001-08-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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