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이야기] (10)한산 소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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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7-16 00:00
입력 2001-07-16 00:00
백제부흥운동의 본거지인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 주류성인근 주민들이 망국의 한을 달래며 빚었다는 얘기와 함께전해져 내려 온 술이다.
소곡주 기능보유자로 집안 대대로 소곡주를 빚고 있는 우희열(禹喜烈·61·여)씨.79년 무형문화재 3호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시어머니 김영신(金榮愼)씨가 97년 작고한 뒤물려 받았다.아들 나장연(羅莊然·36)씨도 후계자가 돼 대를 잇게 됐다.
6월에 밀을 수확,불려 말린 뒤 절구로 찧어 메주 모양의누룩을 만들어 10∼11월까지 그늘에 보관한다.누룩은 닷새쯤 가을 밤이슬을 맞혀 역겨운 잡냄새가 없어지도록 한다.
가을이 되면 멥쌀을 거둬 들여 흰무리떡을 만든 뒤 누룩을 물에 불려 짜낸 즙과 섞어 5일쯤 발효시킨다.여기에 찐찹쌀과 누룩을 섞어 다시 숙성시켜 깊은 맛을 우려낸다.
멥쌀과 찹쌀의 비율은 2대 8.들국화,메주콩,엿기름도 함께넣는다. 모든 재료는 마을에서 수확한 것이다.물은 건지산약수를 쓴다. 100일 정도 지나 술이 고이면 용수(싸리나대 따위로 결어 만든 둥글고 긴 통 모양의 술뜨는 기구)를박아 떠낸다.18도인 이 소곡주를 증류하면 43도짜리 증류주가 된다.우씨의 공장에서 연간 생산되는 소곡주는 700㎖짜리 8만병으로 전국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된다.
우편판매도 한다.값은 18도짜리 250㎖들이 4,000원에서 1.
8ℓ들이 2만6,000원까지이며 증류주는 1만7,000원(400㎖들이)에서 3만6,000원(1ℓ짜리)이다.문의 (041)951-0290.
글·서천 이천열기자 sky@.
■ 염홍철 한밭대총장의 한산 소곡주 맛 평가.
“소곡주하면 친구 생각이 납니다” 염홍철(廉弘喆) 한밭대 총장은 서울에 있을 때 한산이 고향인 친구가 명절이 되면 꼭 소곡주를 가져와 나눠먹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그 때마다 얼큰히 취했고 친구와의 우정도 더해갔다고 한다.
염 총장은 “소곡주는 처음 마실 때는 들큼해 멋모르고 먹다가는 취하기 쉬우며 입안에 들러붙는 맛이 일품”이라면서 “처음엔 모르고 사귀다 한참을 사귀어야 속내를 알 수있는 충청도민의 기질과 닮았다”고 말했다.
이 술은 또 3∼4일 더운 데 놓으면 상하기 쉬워 술을 뜨면 바로바로 마시기 때문에 항상 신선한 맛이 난다. 증류주는 은은한 들국화 향에 달콤하면서도 독한 술 고유의 깔끔함이 유지돼 염 총장 주변의 애주가들은 양주보다 이 술을 찾는다고 했다.그는 “대전에 내려오면서 소곡주를 한아름안고 찾아오던 친구와 떨어지게 돼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서천 이천열기자
2001-07-1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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