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경찰 고질병 ‘거짓말’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2001-07-12 00:00
입력 2001-07-12 00:00
경찰의 거짓말 버릇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지난 7일 오후 경북 경주역 광장 앞에서 자동차 부품업체인 S공업이 노조설립을 이유로 직장폐쇄한 데 따른 민주노총의 항의 집회가 벌어졌다.

집회 도중 전경 틈에 끼여 있던 한 남자가 인도 쪽으로갑자기 뛰어나와 정차해 있던 영업용 택시 앞 유리창을 박살내고 시위대 쪽으로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경주교회방면으로 달아나던 이 남자는 50m도 못가서 뒤쫓던 택시기사에게 붙잡혔다.

신원 확인결과 이 사람은 경주경찰서 정보과 소속인 윤모(50)경사로 밝혀졌다.윤 경사는 “시위대측이 던진 돌을치우려다 실수로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유리값을 물어 줄테니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운전기사에게 부탁한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측은 사건 다음날인 8일 오전 경찰이 노조의 평화적인 집회를 폭력시위로 조작하려다 덜미가 잡혔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지만 경찰은 즉각 반박했다.

윤 경사가 시위현장에 깨진 보도블록이 있어 혹시라도 시위대가 돌을 던질까봐 우려해 치우는 과정에서 이같은 일이발생했고 도망간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민노총의 거듭된 진상규명 요청에도 불구하고 10일 오전까지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경북지방경찰청 감찰반이 9일 조사에 나섰으나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10일 오후 시위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전격 공개하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테이프에는 윤 경사가 보도블록을 손에 들고 3∼4m쯤 떨어진 택시를 향해 깨진 블록을 던지고는 시위대가 몰려 있는 쪽으로 도망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이날 윤 경사를 직위해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확증이 제시되지 않으면 우기고 보는’ 인상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을 국민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경찰의 거짓말이 계속되는 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자라나기 어렵다.경찰은이제라도 왜 윤 경사가 그러한 일을 저질렀는지 해명해야할 것이다.

김상화 전국팀 기자 shkim@
2001-07-12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