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행려자에 사비까지 털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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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7-03 00:00
입력 2001-07-03 00:00
며칠 전 무덥던 날 오후 가족과 함께 대전 근교 보문산 사찰을 다녀오던 길이었다.산 모퉁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보니 40대 중반 남자가 의식을 잃은채 쓰러져 있었다.옷은 여기 저기 찢기고 비에 젖어 남루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몸에서는 냄새가 나 누구도 선뜻 다가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고 있는데 마침 이곳을 순찰하던 경찰관이 다가와 이남자를 일으켜 세우고 말을 건넸다.

대구에서 온 실직자라고 자신을 밝힌 그 남자는 사흘을 굶었다고 말했다.아는 사람을 찾아 대전까지 왔는데 사람을찾지 못하고 가진 돈도 떨어져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했다.

이 말을 들은 경찰관은 남자를 부축해 인근 가게로 가서빵과 우유를 사준 뒤 사비로 고향 갈 차비 1만5,000원을 손에 쥐어 주었다.이 순간 모여있던 우리 모두는 참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경찰관은 대전 대사동 파출소 김종직 순경이라는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김옥수 [대전 서구 삼천동]
2001-07-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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