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장길수가족/ ‘좋은 벗들’이 밝힌 탈북자 실태
기자
수정 2001-06-28 00:00
입력 2001-06-28 00:00
좋은 벗들(이사장 法輪스님) 정안숙(鄭安淑·여·40) 사무국장은 “지난해까지 상당수 탈북자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밀입국했다가 가족들이 있는 북으로 돌아가는경우가 많았지만,이런 임시변통만으로 해결이 안되자 요즘에는 아예 가족들이 모두 밀입국해 장기적으로 눌러앉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 사무소에 들어가난민 지위 인정과 한국 망명을 요청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길수군(16) 가족 같은 경우가 점점 흔해지고 있다는설명이다.
정 국장은 “북의 식량난이 나아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심각한 상황에서 탈북자의 증가와 형태의 변화는 어쩔 수없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좋은 벗들은 96년부터 북한의 식량난과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구호사업과 의료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평화·인권운동 시민단체다.
■탈북자 실태 현재 중국내 탈북자 숫자는 25만∼3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중국 전역에 고르게 퍼져 있지만 상당수는 지린(吉林)성과 헤이룽장(黑龍江)성,랴오닝(遼寧)성등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동북 3성에 몰려 있다.
이들에게는 중국 공안당국이 매월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또는 불시에 실시하는 ‘밀입국자 수색’이 가장 큰 불안요소이다.
단속되면 곧바로 강제송환되고 엄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굴을 파고 ‘땅집’에서 생활하기도 하며 항상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여자는 식당에서 설거지 등 허드렛일을 하고 남자는 벌목공이나탄광의 광부,벌꿀 채취 등 일용직에 주로 종사한다.
하지만 밀입국자라는 신분을 악용하는 고용주들에게 임금을 떼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여성들은 유흥업소나 늙은 한족에게 성노리개로 팔려가는 경우가 많아 인권침해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임신부나아이를 낳고 생활하는 경우에도 단속에 걸리면 가차없이 북송된다.모성보호를 위한 아무런 조치가 없고 졸지에 사생아로 전락한 아이의 교육권도 심각한 침해를 받는다.
■근본 대책 및 개선 방향 탈북자의 숫자를 줄이고 탈북자의 생존권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 방법은 북의 식량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가 나서는 것이다.
좋은 벗들은 우리 정부에서 ▲옥수수 100만t(2,000억원 상당) ▲의약구호품 1,000억원 ▲비료 등 농기구 1,000억원▲생필품 1,000억원어치 등 몇년간은 해마다 5,000억원 이상의 대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특히 “북의 식량난이 해결될 때까지만이라도중국 정부는 무차별 강제송환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장길수군 가족 등 탈북자에게 난민의 지위를 인정해주고 난민캠프 등을 차려 생존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북자 문제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민족 모두의 문제”라면서 “정부를 비롯한 전 민족적 대북 지원이없다면 탈북자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며 인도적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2001-06-28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