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님들 하안거 중 폭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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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6-21 00:00
입력 2001-06-21 00:00
먼저 해인사측의 청동대불 조성을 둘러싼 불교계 내부의 엇갈린 반응과 이를 해결하는 대중공사의 부재이다.해인사는한국현대불교의 율(律)과 선(禪)의 두 산맥으로 존경받아온자운·성철스님의 유지라는 점을 들며 ‘세계최대의 석가모니청동대불’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고,지난 4일에는 옛 해인초등학교 자리에서 기공식을 가졌다.높이 43m 좌우40m,앞뒤 30m 규모라 하니,15층 높이의 어마어마한 규모이다.그러나 해인사측의 불사계획이 발표된 후 불교계 내부에서조차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사실 불교계 내의 젊은층이나 식자층은 그동안 한국불교계에 유행처럼 퍼져왔던 세계최대,동양최대 ‘불사병(佛事病)’에 식상해 있던 터이다.더구나 이러한 소동의 근원이 해인사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해인사는 누가 뭐래도 한국불교의 대표적 수행자를 배출한 상징적 도량이며,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종찰(法寶宗刹)이다.지금도 많은 승려들이 해인강원을 찾아 공부하는 도량이기도 하다.
그런 해인사에서 최대불상을 건립한다 발표했으니 실망하는불자들이 많았음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해인사 측이 국가적 위상의 문화재인 사격을 감안하여 세계최대 규모의 대불사를 구상함에는 자운·성철 큰스님의 유지도 중요한 고려요소이나 우리 전불자들의 정서와 의견이 다양하게 수렴되었는지 살폈으면 더 좋았을 것이고,특히 그러한 대대적인 불사에 적극지원하고 찬성하는 의견은 물론이거니와 반대쪽의 의견과 제안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도량이 있어야 했다.그것이 한 때 우리들의 스승이요 불교의 고승이었던 자운·성철큰스님들의 유지에도 부합될 것이다.실상사 수경스님이 현대불교신문을 통해 청동대불 건립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안한“자운·성철의 죽음을곡한다”란 기고문은 사실 수경스님개인의 의견이라기 보다는 이러한 불교계 식자층의 정서를대변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이에대해 해인사에서 하안거중인30여명의 수좌스님들이 대중공사란 논의과정을 거쳐 관광버스로 해인사 선방을 떠나 서울 인사동 조계사에 와서 항의하고,다음날에는 남원 실상사 수경스님방(극락전)에 찾아가서문짝을 뜯어내고 방에 있는 집기를 끌어내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불교에서 안거(安居)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참으로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다.모든 세상인연을 폐하고죽기를 각오로 화두를 참구하여 용맹정진해야 할 안거기간에 관광버스로 선방을 나섰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고,더욱이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은일반인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출가 성직자로서 대중공사란 부처님 재세시부터 있어 왔던전통적 의사소통 방식이다.그러나 대중공사를 함에 있어서는 자신에 반하는 의견이나 사람에 대하여 물리력으로 대응하여서는 안된다.이는 어떤 설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한국불교 교단은 더더욱 이러한 문제 때문에 폭력으로 얼룩진 종단사태를 몇차례 맞지 않았는가.우발적인 사건일 수도 있겠지만,다시는 폭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만드는 종단적 대응이반드시 필요하다.
장병옥 참여불교 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위원장
2001-06-2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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