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前법무 경질 반응
기자
수정 2001-05-24 00:00
입력 2001-05-24 00:00
시민·재야단체 관계자들도 고위직 공무원들을 임명할 때 자질을 검증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이틀이 못돼 안 전장관이 퇴임하자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대검의 한 간부는 “한 사람의 잘못으로 검찰 조직 전체의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면서 “안 전장관이 사퇴한 만큼 사태는 수습되겠지만 이번 일로 검찰은 또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서울지검의 한 검사도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정치적 중립을 ‘외풍’으로부터 지켜내야 할 법무부장관은 검증된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야·시민단체들은 안 전장관의 사퇴를 당연한 결과로받아들이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의 한 변호사는 “안 장관의 ‘충성 문건’은 검찰뿐 아니라 전 국민을 모독한 행위”라면서 “공정한 법집행의 중심에 있어야 할 법무부장관이 그런 생각을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파문은 고위직 공무원에대한 자질과 능력,경험 등을 충분히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인사청문회 도입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와 검찰 관계자들은 신임 최 장관이 검찰과 법무부의 중요한 자리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이번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오랫동안 검찰에 몸담으면서 신망을 받은 사람으로 어려움을 잘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법무부의 한간부도 “차관과 검찰국장으로 오래 일해 비검찰직의 사정도 잘 알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한 중견 변호사는 “박순용 검찰총장 임명 당시 박 총장과 동기라는 이유로 물러났었는데 박 총장이 물러나는 시점에 장관으로 임명되는 것을 보니 아이러니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전 장관은 이날 이임사에서 “모든 것이 내 잘못이고,내 부덕이고,내가 직원 관리를 잘못한 탓”이라고 말문을 연 뒤 “처음 밝힌대로 열심히 일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이어 “문제의 문건은 취임사도 아니고 그저컴퓨터에 입력돼 있던 것인데 나이 어린 여직원을 통해 언론사에 유출됐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안 전장관이 받을 수 있는 임금과 퇴직금은 47만760원이라고 중앙인사위원회측이 밝혔다.그러나 안 전장관은 돈의수령을 거부해 국고에 환수된다.
이상록 장택동기자 myzodan@.
*긴박했던 여권.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장관의 경질은 지난 22일 자정 가까이 돼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밤 10시 전까지만 해도 안 전 장관의 사퇴는 ‘불가’쪽에 가까웠다.
여권 고위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야당의 안 전 장관 해임촉구를 일축하면서 옹호하고 나섰다.이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보도에 책임을 돌리며 그를 극구감쌌다.
그러나 문제의 ‘충성 메모’를 작성했다는 안 전 장관측근 이경택(李景澤) 변호사가 문건을 작성했다는 시점에골프를 치고 사무실에 오기가 어려웠다는 보도가 나온 뒤부터 상황이 조금씩 반전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권은 한때 ‘이 변호사의 알리바이가 성립 안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골프를 빨리 치면 그 시간 안에 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궁색한 말로 얼버무렸다.
언론과 취재원이 숨바꼭질을 하는 사이 한광옥(韓光玉)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시내 모처에서 만나 안 전 장관의 사퇴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한 실장과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경원(崔慶元) 전 법무차관이 법무장관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데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는 후문이다.이같은 논의 내용이 김대통령에게도 보고 된 것 같다.
안 전 법무장관의 경질이 최종 확정된 것은 23일 아침이다.안 전 장관은 이날 아침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며“대통령에게 누가 된다면 용퇴를 생각해 보겠다”고 밝힌 뒤 오전 9시 40분쯤 청와대로한 실장을 찾았다.
최 신임 장관은 사시 8회 동기생이기도 한 김 대표가 각별히 챙겨온 것으로 전해진다.최 전 차관이 99년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체제가 들어서면서 동기생들과 함께 물러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김 대표는 그에게 특별히위로의 말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했다는 후문이다.김대표는 청와대를 나올 때 한 실장에게 최 전 차관에 대한‘선처’를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풍연기자 poongynn@
2001-05-24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