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눈독 예술발전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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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5-03 00:00
입력 2001-05-03 00:00
문화예술기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정할 당시 제기된 우려가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책임운영기관(Agency)이란 정부기관이지만 운영을 민간인사에도 개방하여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문화관광부는 최근 ‘국립중앙극장 사업운영성과 평가’를갖고 보고서를 냈다.이 평가는 가까이는 올 한해 극장장의보수,멀리는 임기가 끝날 때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기초자료를 마련한다는 뜻에서 실시됐다.
각 항목의 평가등급은 평점 100%인 A플러스에서 75%인 E제로까지 모두 9단계로 나뉘었다.
결론적으로 연극인 출신의 김명곤 극장장은 A등급을 받아올해 봉급이 7% 올랐다.그러나 경제논리로는 A급일지 모르지만,문화논리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문화예술계는지적한다.
평가 결과 김극장장은 ▲영업성과와 객석점유율을 높여 수익을 증대했고 ▲공연장 주변환경 및 관람 분위기를 개선했으며 ▲유료주차장의 시설관리에 힘쓰고 ▲안내 및 홍보에도 노력했다는 항목에서 A등급을 받았다.
반면 ▲공연작품의 수준과 ▲예술발전 기여도에서는 C등급에 그쳤다.정작 국가가 문화예술기관을 운영하는 이유가 되는 항목들에서는 부진한 것이다.지난해 오페라단과 발레단·합창단 등 3개 국립단체를 예술의전당에 넘겨주고 창극단과 국악관현악단·무용단 등 ‘토종 예술’로 전속단체의진용이 짜여진 가운데 ▲우리 문화예술의 선양을 묻는 항목에서 C등급을 받은 것도 충격적이다.
▲문화소외지역 계층에 대한 배려를 묻는 항목에서도 C등급에 그쳤고,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해외공연의 감소 역시문제점으로 드러났다.수익증대가 평가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다보니,국립극장이 해야할 사업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또한 ▲중장기 경영계획의 수립 항목에서도 C등급을 받았다.
이번 평가 결과는 문화예술기관을 책임운영기관화한 데 따른 문제점을 수치로 드러내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보고서 대로라면 문화예술기관의 책임운영기관화는 근본적인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제도의 유지가 불가피하다면,기관장 평가방식이경영 우선에서 문화 우선으로 바뀌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지금처럼 ‘문화예술에 기여’보다 ‘돈벌이’에 치중할경우 머지않아 극장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국립극장 평가에는 이흥재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연구실장과 정홍익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안병주 경희대 예술학부교수가 평가위원으로,윤형근 공인회계사가 자문위원으로참여했다.
서동철기자 dcsuh@
2001-05-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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