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비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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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4-30 00:00
입력 2001-04-30 00:00
중국 제(齊)나라에 아내와 첩을 데리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그는 외출하면 술과 고기를 잔뜩먹고 거나하게 취해 돌아오곤 했다.아내가 그 연유를 물으면 돈 많고 권세 있는자들과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아내는 여태껏남편이 만난다는 이들이 집에 찾아온 것을 본 적이 없다.이를 이상히 여겨 하루는 남편을 뒤쫓았다.

온 성안을 다 지나도록 남편과 만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성밖 공동묘지에 도착한 남편이 제사 지내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하는 것이 아닌가. 그가 배불리 먹고산다는 것이 이런 방식이었다.그날도 남편은 귀가해 ‘세도가’와 어울린 얘기를 아내와 첩 앞에서 자랑스레 늘어놓았다.



그의 행태는 온갖 추태를 부려가며 부귀를 구걸한 뒤 밖에나와 거드름을 피우는 천박한 출세 지향주의자의 모습과 다름없다. 우리는 아내와 자식들이 알더라도 부끄러움이 없을만큼 집 밖에서 떳떳이 처신하고 있는가. 행여 출세를 위해서라면 체통과 의리를 모조리 내팽개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되돌아볼 일이다.

박건승 논설위원
2001-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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