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항씨 “알고보니 컴맹”수사관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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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4-28 00:00
입력 2001-04-28 00:00
‘병무비리 몸통’ 박노항(朴魯恒·50) 원사에 대한 수사가 27일 군·검 합동수사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영득(徐泳得·공군대령) 국방부 검찰단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박 원사와 관련된 병무비리가 100여건이 넘는 데다 그가 소극적인 태도로 수사에 응하고 있어 수사기간도 최소한 5∼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고 장기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다른 수사관계자는 “수사의 주대상자인 정치인과 군장성의 병무청탁 등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이들의 경우 (지위를 이용해)청탁은 하되 돈은 주지 않는다”고 말해 100억원대로 추정되는 뇌물총액을 맞추기가 사실상 어렵다는점을 시사했다.

서 단장은 특히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기획체포설’과관련,검거과정의 어려움과 고생담 등을 장황하게 소개한뒤 “정치적 의도는 있을 수도 없고,있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박 원사는 오전 11시7분쯤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감장소인 서울 영등포구치소로 떠나기 직전 “지은 죄가 너무 많다.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떨구었다.지난 25일 검거 당시 입었던 감색 운동복에다 하늘색 슬리퍼를 신고 수갑을 찬 박 원사는 초췌해진 모습으로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간간이 눈을 감기도 했다.

◆박 원사는 수배중이던 98년 7∼8월 국방부 합조단에 함께 근무하던 옛 동료 4명을 만나 소주를 마시면서 신세를한탄한 것으로 드러났다.당시 박 원사를 만났던 전·현직동료 가운데 일부는 합수부 발족 이후 처벌을 받았다고 검찰관계자는 전했다.

◆박 원사가 도피생활 도중 기록한 유서성격의 낙서 수십장이 나왔다.박 원사는 연습노트와 광고전단 이면지를 활용,‘죽고싶다’‘나를 잡으면 특진을 시킨다니…’‘내가 강도질을 한 것도 아닌데…’ ‘돈도 별로 없다’는 등도피생활의 갑갑한 심정을 적어 놓았다.

군 검찰관계자는 “박 원사는 평소 TV 뉴스와 자신과 관련된 일간지 기사를 꼼꼼히 챙겼으며 그때의 심정을 글로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압수물품 가운데 전자수첩과 함께 박 원사의 ‘비리장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알려진 노트북 컴퓨터도 수사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전해지자 수사관들을 허탈해 했다.수사팀에 따르면 “조사결과 박 원사는 ‘컴맹’수준으로 평소 컴퓨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노주석기자 joo@
2001-04-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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