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가림 돈세탁방지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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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4-25 00:00
입력 2001-04-25 00:00
여야가 23일 합의한 돈세탁방지법안은 정치자금을 돈세탁감시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개혁성을 띤 것으로 포장됐지만‘검은 돈’의 추적을 사실상 차단한 것으로 시민단체들의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초 이 법안은 금융기관이 돈세탁 혐의가 있는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면 정보분석원이 해당 금융기관에 있는 관련자료를 조사하고 그 자금의 성격 등을 분석하기 위해 다른 금융기관의 연결계좌도 조사할 수 있게 돼있었다.그러나 여야 합의안은 분석원의 계좌추적권을 삭제함으로써 돈세탁방지법을 무력화시키고 말았다.여야는 영장없는 계좌추적 남용이 국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법이 거액의 정치자금이나 마약·조직범죄 자금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당초 법안에도 최소한의계좌추적권만 분석원에 허용하고 있어 정치권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여야 합의안은 또 분석원이 정치자금이라고 판단한 거래를수사기관이 아니라 선관위에 통보하도록 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정치자금에 한해서만 계좌추적권이있고 정치자금을조사할 경우 선거법에 따라 해당 정치인에게 소명기회를 주도록 돼있다.그러나 돈세탁방지법에 관한 국제규약은 당사자에 대한 통보를 금지하고 있다.그럼에도 수사권도 없고계좌추적권도 제한적인 선관위에 통보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당사자에게 혐의사실을 통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사자에게 증거인멸의 기회를 줄 뿐이다.

한마디로 말해 여야 합의안은 정치인들의 ‘면피’를 위해정치자금을 감시대상에 넣는 대신 검은 돈 추적을 어렵게함으로써 마약·조직범죄·탈세 등 국민생활에 직결된 검은돈의 차단을 힘들게 만든 것이다. 부패방지입법 시민연대등 시민단체들은 여야 합의안이 정치권의 ‘음습한 담합’에 따른 ‘돈세탁방조법’이라고 비난하고 법안 처리 저지를 다짐하고 있다.여야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한계점을 넘기 전에 ‘눈가림 돈세탁방지법안’을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떳떳치 못한 정치자금에 대한 미련을버리라는 뜻이다.
2001-04-2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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