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이젠 국가가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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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4-17 00:00
입력 2001-04-17 00:00
영유아보육법을 개정,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 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뢰할 수있는 공공 보육 시설의 비중이 10%도 안되는 열악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34세의 한 여성가장은 최근 3개월된 여아를 맡아주는 영아시설을 찾았으나 어디에도 없었다.아이를 봐 주는 사람은 한달 월급의 반이 넘는 100만∼120만원을 요구했다.회사에 6개월 육아휴직을 신청하려 하니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어떻냐’는 말만 들었다.

맞벌이 부부인 한명섭 서울YMCA간사(38)는 오전8시까지 집에서 20분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3살난 아들을 씻기고 먹이고 입혀 데려다 주면서 부부가 출근준비를 하려면 아침에한바탕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아들이 태어나자 마자 어머니께 맡겼지만 친구도 만나지못하고 개인생활을 희생하며 아이만 보는 것이 너무 죄스러웠다.또한 아이가 아플때면 생기는 어머니와 아내 사이의미묘한 갈등도 참기 어려웠다.

한씨는 “둘째 아이를 가지면 부부 가운데 한명이 육아휴직을 할 생각”이라며 “그래도 우리 부부는 육아 여건이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가 최근 한국보육교사회주최로 서울 YWCA대강당에서 열렸다.이 자리에서 가톨릭대사회복지학과 김종해(45) 교수는 전체 보육시설 가운데 92.

2%가 민간시설이라며 “우리나라 보육제도는 과도하게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스웨덴은 공공 육아시설이 많아 여성의 사회활동율과 출산율이 모두 높고,그렇지못한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여성취업율과 출산율 모두 낮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인구의 노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들을 위한 보육제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출산율은 점점 더 떨어져 심각한 상황이 야기될 것이라는 게 김교수의 주장이었다.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43)는 70년대에 우체통과 똑같은 숫자의 어린이집을 전국에 세운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 후생성이 99년부터 ‘엔젤 플랜’이라 하여 직장근처의 역에 보육시설을 만드는 등 국가가 실수요자 중심으로출산과 육아를 전폭 지지하는정책을 노인복지정책인 골드플랜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남윤인순 사무총장(43)은 “총 보육재정 중 20%에 불과한 1,700억원의 정부예산을 대폭 확충하고소득에 따라 보육료 지원을 세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영아보육,장애아보육,방과후보육,긴급보육 등 보육서비스를 차별화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하루 11시간 반 근무에 한달 월급이 60만원 안팎인보육교사의 처우개선도 주장했다.

윤창수기자 geo@
2001-04-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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