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굽은 나무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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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4-12 00:00
입력 2001-04-12 00:00
어느 때 이런 일이 있었다.“아무날 아무 시에 일휴 스님이 정법을 보여 주신다”는 소문이 퍼졌다.내용인즉 절 마당의 굽은 소나무를 바로 보이게 한다는 것이었다.마침내그 날,수많은 신도들이 운집했다.신도들의 눈은 가부좌를틀고 앉은 법상의 일휴에게 쏠렸다.일휴가 손을 들어 소나무를 가리켰다.수만개의 눈이 일휴의 손을 따라 소나무로쏠렸다.그러나 소나무는 여전히 구부러진 그대로였다.시간이 점점 흘렀다.한시각이 지났다.그런데도 소나무의 굽은허리가 펴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하나 둘 실망하는 소리가 들렸다.바로 그 때 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다.“무엇을더 보려 하느냐? 굽은 나무를 굽게 봤으면 이미 바로 본것이니라” 만행을 만행으로,침략을 침략으로 바로 볼 줄 모르는 일본인들을 위해 막부 시대의 일휴가 다시 태어나야 할 것같다.
김재성 논설위원
2001-04-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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