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문위원 칼럼] 민족정론지가 되고자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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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4-03 00:00
입력 2001-04-03 00:00
요즘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의 입장차이로 시끄럽다.정확히 말한다면 한·미 간의 입장차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우리 사회 내부의 의견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은 미국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공격하는 좋은 수단으로 삼고 있고,다른 한편은 부시정권의 대북정책에 고민스러워한다.한편은 부시 정권이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이 자랑스러워하고,다른 한편은 부시 정권과 어떻게 보조를 맞출까 하며 전전긍긍한다.

최근 물러난 이정빈(李廷彬)전 외교통상부장관은 우리나라 신문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이 동으로 가면우리 신문들도 동으로 가고,미국이 서로 가면 우리 신문들도 서로 간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지난 한달 동안의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북 정책 관련 기사들을 보면 그의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우리의 갈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하는신문을 보지 못했다.

비단 대북정책뿐만 아니라 미국이 구상하는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에 대한 정부의 외교정책을 보도하는 데서도그렇다.미국과 영국 정부만이(미국과 영국의 전체가 아니다) 자국의 안보를 위해 NMD를 주장한다.그런데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우리나라 신문을 본 적이 없다.대신미국과의 동맹관계만을 주장하며,미국의 심기를 불편케하는 발언과 오해를 살 만한 내용이 없는지를 물고 늘어지는 신문만이 있다.

미국이 NMD를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이며,세계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이것이 몰고 올 결과가 무엇인지를독자들로 하여금 판단하게 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NMD의 뜻이 무엇인지도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또한 NMD를 알고 있어도 그것이 언제,어떻게,왜 추진되고 있는지,세계 주요국의 반응이무엇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 점에서 대한매일의 지난 한달간 북한·통일 관련 기사는 겉으로 드러난 정보 이상을 전달해 주지 못한 것 같다.

신문의 북한·통일면을 관심있게 보고 있는 입장에서 대한매일의 기사는 정작 겉으로 드러난 사실의 이면(裏面)에숨어있는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요즘에도 주한미군사령관의 ‘북한 위협론’이 나오고 있지만,해마다 3∼4월이면 미 국방예산 심의가 있고 그 자리에서의 ‘북한 위협론’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작게 취급되거나 아예 설명되지도 않는다.

물론 미국의 유력 인사가 전하는 말은 중요하고 또한 그것대로 분석하고,기사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그것이우리가 가야 할 올바른 길을 말해주지 않는다.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정부의 정책을 비판만 하지 않는다.그들은 올바른 대북정책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무비판적이어야한다는 말은 아니다.더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 민족의 앞날을 생각하고 정도를 걷는 것인지 앞장서서 독자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이것이 대한매일이 정론지로서 거듭나고자 하는 이때 독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모습이다.최근에 연재되기 시작한 한반도 주변4강 특집기사는 적절한 기획이라고 보인다.



앞으로 우리 민족의 앞길을 우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대한매일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 영 철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
2001-04-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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