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 형상화” 비디오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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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4-02 00:00
입력 2001-04-02 00:00
비디오 작가 백남준(68).그는 2000년 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레이저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장르를 선보이며 ‘국보급 작가’(national cultural treasure)라는 평을 들었다.그의 명성은 한국에서보다 유럽과 미국에서 더욱 견고하다.

6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열리는 ‘백남준전-세기를 넘어서’는 백남준의 최근 작품세계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전시다.‘반제도’‘반기성’‘반미학’을내세우던 플럭서스 예술가에서 출발해 미디어 아트의 스승으로 우뚝 서기까지 백남준의 예술적 궤적을 보여준다.

전시작은 ‘테크노 보이’ 로봇시리즈 등 50여점.‘테크노보이’시리즈와 ‘부다 베이비’‘새장’ 등은 지난해 만든작품이다. 이중 고물 라디오와 텔레비전,카메라, LCD모니터를 사용한 ‘테크노 보이’시리즈는 ‘광속의 시대’를 사는 현대의 인물들을 형상화한 것으로 백남준의 세밀한 조형언어가 돋보인다.

백남준은 잘 알려져 있듯이 1963년 독일의 소도시 부퍼탈의파르나스 갤러리에서 선보인, 13개의 불규칙한 모니터를 진열한 ‘음악의 전시’란 작품으로 비디오 아트의 서막을 열었다.이번 전시에는 당시의 ‘자석 텔레비전’을 비롯한 작가의 초기작들도 꽤 많이 나와 있다.국내에 처음 소개되는대패 모양의 ‘한국 텔레비전’(1974)도 시선을 끄는 작품.

단순한 나무토막에 되는대로 새겨놓은 얼굴 모습이 한국적인 해학을 느끼게 한다.백남준의 이러한 한국적 미학의 정신은 시인 정지용을 염두에 두고 만든 ‘사슴’과 색동을텔레비전의 컬러 밸런스조정 화면처럼 응용한 ‘컬러 바’등의 작품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백남준은 대형 회고전 혹은 ‘바이바이 키플링’이나 ‘굿모닝 미스터 오웰’같은 공공프로젝트 중심의 전시로 우리에게 익숙하다.그러나 이번 전시는 사뭇 다르다.출품작은높이가 2m를 넘지 않는다.전시를 주관한 박영덕 대표는 “이번 작품들은 모두 손끝의 정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아기자기한 것들”이라고 말했다.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작가의 소중한 내면 이야기가 담긴 ‘비디오 시’라 할 만하다.

(02)544-8481.

김종면기자
2001-04-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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