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자연, 그리고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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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3-14 00:00
입력 2001-03-14 00:00
“강릉 서쪽 운교에서 대관령에 이르도록 평지,고개를 막론하고 길은 빽빽하고 숲만 있었다.무릇 나흘동안 가면서 쳐다보아도 하늘과 해를 볼 수 없었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李重煥)이 유년시절 부친의 임지인 강릉으로 나들이했던 기억을 전하는 대목이다.역저 ‘택리지(擇里地)’에서다.그러나 성장한 뒤 다시 찾았을 땐 무성했던 나무와 숲은 온데간데 없고,논밭 가득한 마을만 남아 있었다.그는 “착한 임금아래 인간의 번성함은 알겠으나 산천은 손해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재물 가운데 첫째는 역시 땅이라고 했다.더 이상 하늘에서 내리거나 땅에서 솟아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그러면서 “대저 집 근처에 유람할 만한 산수가 없으면,인간은정서를 함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240년 전 개발과 보존의 조화를 지적한 그의 혜안이 놀랍다.노론과 남인 간 권력다툼의 한 가운데서 간단없는 유배와 유랑의 세월을 보냈던그가 개발의 미명 아래 훼손되고 잘려나가고 있는 지금의 산하를 다시 둘러본다면 뭐라 말할까.

최태환 논설위원
2001-03-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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