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탈북자처럼 남한에 정착했으면”
수정 2001-02-24 00:00
입력 2001-02-24 00:00
김씨는 비록 한국정부로부터 1년간의 체류허가를 받아 입국했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난민이 아닌 북한주민으로 인정받아남한에 정착해 보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다.
함흥철도국 승무지도원으로 일하던 지난 88년 철도사고의문책을 피해 북한을 탈출한 김씨의 ‘탈북생활 13년’의 인생역정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당시 중국으로 탈출한 김씨는 베트남을 거쳐 95년 6월 충남 태안반도로 숨어 들어왔으나 탈북자가 아닌 밀입국 조선족으로 분류됐다.
중국 도피생활중 돈을 주고 만든 위조 공민증이 화근이 돼탈북자임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무려 22차례에 걸쳐재판을 했으나 불법 입국자로 판정돼 강제퇴거 명령을 받게되자 98년 4월 전남 진도에서 또 다시 쪽배를 타고 일본으로밀항했다.
김씨는 “그동안 겪은 고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자살할 마음까지 먹었으나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눈을 감을 수없어서 이를 악물고 참았지요. 분단이라는 비극의 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본 오오무라시 수용소에 수용됐다가 병 보석으로가석방 조치를 받은 후 일본 인권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을 다시 찾게됐다.
“결국 일본사람들이 저를 살려준거나 다름없지요” 김씨는 “요즘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으나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며 “이들이 남한도 같은 조국이라고 느낄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흥 김병철기자 kbchul@
2001-02-2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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