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또 진보인사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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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2-06 00:00
입력 2001-02-06 00:00
문민정부 이후 ‘색깔론’을 무기로 한 조선일보의 ‘진보인사 죽이기’ 고질병이 또다시 도지고 있다.조선일보의 이 고질병은 ‘민족화해의 시대’를 맞아서도 좀처럼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한완상 전 상지대 총장이 임명된 이후 조선일보는 ‘색깔론’을 들고 나와 한부총리에 대해명예훼손에 가까운 인신공격을 퍼부었다.여러 시민단체에서 한부총리의 임명을 환영하고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문민정부 시절 통일부총리로 있던 한부총리를 낙마시킨 데 이어 두번째다.

첫 포문은 1월31일자 ‘눈뜨면 바뀌는 교육총수’ 제하의 사설.평균임기 7개월도 못채우고 교체되는 교육부장관직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업무 파악할 시간도 주지않은 채’ 교육부장관들을 단명시켜온 정부의 인사정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그러나이 와중에도 대부분의 언론들은 한부총리의 임명에 대해서는 기대와함께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조선일보도 사설의 전반부에서는 이같은논조를 폈다.문제는 후반부다.난데없이 한부총리를 ‘세간의 평가’라는 말을 빌어 ‘의외의 인물’로 묘사하고는 ‘색깔론’으로 덧칠을 하고 나섰다.

“한완상 새 교육총수에 대해 ‘지나친 친북성향 인물,교육부총리 안된다’며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바른 통일과 튼튼한 안보를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등 보수적 시각을 지닌 많은 국민들의 우려가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조선일보가 이 사설에서 의도한 것은 교육부 장관의 잦은 교체를 비판하기 보다는 일부 극우성향의 국회의원들이 소속된 ‘바른 통일과튼튼한…’이라는 단체의 발언을 빌어 바로 ‘한완상 죽이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틀뒤인 2월2일자에는 한부총리와 관련해 세 건의 기사가 실렸는데모두 ‘색깔론’을 앞세운 비판 일색이다.우선 이날자 8면에는 한부총리가 한 TV강연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북한에 너무 많이 퍼준다’‘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말들을 퍼뜨리고 있다”며 “한반도가 냉전의 동토에 갇혀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 때문에 통일이 빨리 안온다”고 발언한 내용을 보도하고있다.같은 지면에는 한부총리가 취임인사차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방문하여 나눈 대화내용을 보도하면서 ‘교육에 개인사상 반영말아야’로 큰 제목을 뽑고는 ‘이총재,한부총리 만나 이념문제 등 언급’이라는 중간제목을 다시 뽑았다.이날 두 사람은 이민가는 사람이 많은데 30∼40%는 자녀교육 때문이라는 등 여러가지 대화를 나눴다.그러나 조선일보는 그 가운데 유독 ‘색깔론’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날자 ‘한완상씨의 북한퍼주기 비판’ 제하의 사설에서는 그동안 우리정부의 대북지원을 두고 “덮어놓고 무엇을 준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 무턱대고 주는 것은 상대방을 교만하게 만들고 비타협적으로 만들 소지가 더 많다”고 몰아부쳤다.보수일각에서 주장하는 ‘속도조절론’을 감안한다고 해도 그동안 우리정부의 대북지원을 ‘덮어놓고 무턱대고 퍼준다’고 매도하는 식의보도는 문제가 있다.이날 보도가 나가자 전교조를 비롯,참교육학부모회,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한부총리에 대한 근거없는 ‘색깔론’ 공세는 진보성향의 인사를 낙마시키기 위한의도적 행보”라며 “일부 언론의 ‘색깔론’ 시비는 사회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조선일보는 남북화해시대에도 여전히 ‘색깔론’을 ‘전가의 보도’인양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정운현기자 jwh59@
2001-02-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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