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 내년 예산편성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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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2-03 00:00
입력 2001-02-03 00:00
“내년도 예산을 짜는 게 겁난다.”기획예산처 직원들의 한결같은얘기다.필수적으로 들어갈 부분은 많은 데 돈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올해보다 내년에 필수적으로 증액되는 규모만 적어도 12조원을 넘는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지방교부금이 5조5,000억원으로 거의 절반이다.

또 올해 공적자금을 40조원 투입하는 데 따라 내년에 추가로 늘어나는 비용만 2조5,000억원이다.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추가로들어가야 할 돈도 1조5,000억원이다.교부금과 공적자금 이자,공무원처우개선에만 올해보다 9조원의 예산이 늘어나는 셈이다.저소득층을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농어촌 부채탕감,정보화,연구개발비도 올해보다는 늘어나게 돼 있다.게다가 내년부터는 중학교 무상(無償)교육도실시된다.정부의 부담만 이래저래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예산사정은 그리 좋지않다.2003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려면예산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낮추는 ‘긴축’재정이 필요하다.긴축재정 차원에서는 내년의 예산증가율을 6%선으로 묶을 필요가 있지만현실적으로 7∼8%(예산은7조∼8조원 증가)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이럴 경우에도 필수적으로 쓸 규모만 12조원이 넘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4조∼5조원을 깎아야 한다는 얘기다.

전윤철(田允喆) 예산처장관은 “공적자금이자에다 사회복지,교육투자,농어가 부채경감 등으로 재정수요가 급증해 앞으로 재정여건은 더어려워질 것”이라며 “세출구조조정 노력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존사업을 삭감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국가살림을 생각하지 않고 ‘장밋빛 정책’을 만들어내는 일부 부처의 이기주의에다 현재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 층의 반발,정치권의 이해까지얽혀있는 때문이다. 또 내년은 선거의 해다.상반기에는 지방선거, 연말에는 대통령선거가 있다.정치권은 선심성으로 예산을 늘리려고 할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심상달(沈相達) 거시경제팀장은 “공적자금이자와 농어촌 부채탕감,의약분업 등으로 재정부담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며 “납세자를 생각하는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태헌기자 tiger@
2001-02-0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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