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부활을 꿈꾸며…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2001-01-23 00:00
입력 2001-01-23 00:00
‘한국생활사박물관’(사계절)의 셋째권 ‘고구려생활관’에 접근하기 전에 몇가지 키워드부터 챙겨보자.우선 박물관.이책은 ‘한국생활사박물관’이라는 대형 건립프로젝트의 일부다.물론 건설현장은 종이 위.지난해 7월 첫 두권 ‘선사생활관’‘고조선생활관’에서처럼 이번 역시 고구려의 모든 것을 수십가지 크고 작은 ‘전시실’에 담아보여준다.

다음으론 생활사.여기선 고주몽에서 발원,광개토왕·소수림왕에서 깃발 날린 고구려 정치·정벌사 따위는 주 동선에서 한참 비켜나있다.

양지 바른 곳을 차지하고 앉은 것은,농부 ‘용대’의 공급 예측 착오로 남아돌게 된 다락 창고,대장장이 ‘을로’네의 자부심,과부 ‘무덕’네에 데릴사위로 들어온 홀아비 ‘을밀’,쪽구들,멧돼지를 통째로 간장에 절인 최고의 접대음식 맥적,문 아닌 커튼으로 가리워진 부부침실 따위 고구려 갑남을녀들의 손때묻은 살림얘기다.우리 역사서속에 영웅 아닌 평민들 이름이 이토록 분분하게 거론된 예가 귀했다.

그들의 하찮은 생활을 이책은 역사 주역자리에 돌려세우고 있다.무엇보다 역사의 ‘현재시제’화.교과서 화석으로만 알았던 고구려사가 구체적 사람살이로 살갑게 다가온다.구수한 현재형 이야기체도 한몫 거든다.역사란 오늘 삶의 거울일진대 이처럼 일상속에 늘 가까이두고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복받은 건가.

‘고구려생활관’은 웅혼한 사계를 화보로 펼친 야외전시실에서 시작한다.잇달아 ‘성밖’ 평민들,‘성안’ 귀족들의 살림과 결혼,주거공간,교육과 납세의무,축제,전쟁,종교 얘기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고구려실은 심장부.각저총 벽화를 통해 고구려인 우주관을 대해부한 특별전시실,주몽설화·광개토대왕릉비 관련 문제를 깊숙히 다룬 세미나실 등은 보너스다.

책은 상상력의 젖줄을 고분벽화에 대고 있다.벽화와 이를 토대로 한재현그림,유물·유적지 사진이 수백점이다.

박물관에는 약점도 있다.역사를 관통하는 깊이있는 해석은 어쩔 수없이 좀 딸린다.그러나 잘 꾸린 박물관의 미덕이 그걸 덮고도 남는다.



개봉박두인 ‘신라생활관’‘백제생활관’ 등 총 12권으로 완간예정.

손정숙기자 jssohn@
2001-01-23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