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IMT-2000 ‘시계0’
기자
수정 2001-01-19 00:00
입력 2001-01-19 00:00
오는 3월 말 선정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공룡=눈치보기 정통부는 삼성전자의 참여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국내 최고의 동기식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들어오면 동기식 서비스의 컨소시엄에 무게가 달라진다.그러나 삼성전자는 불가(不可)방침이 확고하다.
삼성전자는 비동기식(유럽식)사업자로 선정된 SK텔레콤과 한국통신에 발목이 잡혀 있다.삼성전자는 두 ‘공룡’의 반(反)삼성전자 기류가 곤혹스러울 정도다.SK텔레콤은 LG전자 등과의 제휴설을 흘리며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지난해 말 삼성측에 “IMT사업에 관련한 어떤 제휴나 거래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는 얘기도 들린다.삼성으로서는 섣불리 동기식 사업에 참여했다가 SK 등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정통·산자부,몸따로 마음따로=포항제철의 참여를 놓고 정통부와산자부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공식적으는 반대다.안병엽(安炳燁) 정통부장관은 “포철의 참여는 안될 일”이라고 잘라말했다.산자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포철도마찬가지다.
그러나 속셈은 다르다.안 장관이 컨소시엄 중복참여를 허용키로 정책을 바꾼 것은 포철을 겨냥한 인상이 짙다.SK와 한국통신의 컨소시엄 참여업체 중 포철을 제외한 나머지는 중복참여 여력이 별로 없기때문이다.
산자부 고위 관계자는 “정통부가 포철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모양인데 우리부는 관심없다”고 말했다.그렇지만 산자부로서는 소관기관인 포철의 통신사업 참여를 반대할 이유가 사실상 없다.포철이 통신공룡이 된다면 ‘파이’가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정책,장기 표류=거듭된 신경전에 휘말려 IMT-2000 정책은 계속 혼란 상태다.정통부는 여러차례 정책방향을 뒤집었다.기술표준과 관련,사업자 자율결정 방침을 정부개입으로 바꿨고 컨소시엄 중복참여 금지도 허용으로 틀었다.LG가 ‘통신 포기’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서자 정통부는 곤혹스럽다.
게다가최근 SK와 한국통신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도 상당수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다.초기 자본금을 내야 하지만 자금난때문에 쉽지가 않다.
정통부는 세계 최고의 동기 기술보유업체인 미국 퀄컴사가 참여하기를 바란다.세계 2위의 동기식 서비스업체인 미국 브라이존도 원하고있다.그러나 이들은 고자세다.갖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
답답해하는 정통부를 상대로 최대한 잇속을 챙기겠다는 속셈이다.
박대출기자 dcpark@
2001-01-19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