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비자금 수사 후퇴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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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1-17 00:00
입력 2001-01-17 00:00
검찰이 96년 총선 당시 안기부 예산을 지원받은 정치인을 조사하지않기로 한 것은 정치적 부담을 덜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소환한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과 강삼재(姜三載) 의원 등 핵심 인물의 사법처리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인 조사는 중단하고 권 전 안기부장을 소환함으로써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사건이 본질을 비켜나 정치색에 물들고 있는데 불만을 표시해 왔다.‘정치자금 불법 조달 사건’이 아니라 ‘예산 불법 전용사건’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달라고 언론에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마당에 정치인 조사를 철회한 것은 결국 정치권의 풍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일부 정치인들이 안기부 자금의 조성과 배분에 개입한 단서를 포착했지만,전면 수사가 불러올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한발 뺐다는 해석이다.

검찰은 그동안 여러차례 돈을 받은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다고 밝혀왔다.심지어 형법상 장물취득죄의 적용도 검토하고있다고 했다.선거 자금으로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거나 최근까지 보관하고 있던 정치인들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누차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신승남(愼承男) 대검 차장은 16일 “돈 받은 정치인들이 돈의 출처를 몰랐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급박한 선거 상황에서 지원금의 출처를 묻고 사용한 정치인은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돈의 출처를 몰랐다면 국고 횡령의 공범이나 장물취득죄를 적용할수 없다는 법논리다.

수사 방향을 급선회함으로써 검찰 스스로 수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선 돈받은 현역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줌으로써 강의원의체포 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기 위한 것이라고도 분석한다.

결국 이번 사건은 자금을 조성한 쪽에서 권영해 전 안기부장-김기섭전 안기부차장 라인을, 받은 쪽에서 강의원을 처벌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강의원의 경우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소환 조사를 통한 구속 기소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예상도나오고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
2001-01-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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