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韓銀의 희한한 성과급 평가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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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1-15 00:00
입력 2001-01-15 00:00
개편된 보수체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총재·부총재·부총재보·금융통화위원에게 기본급의 최고 50%까지 성과급을 지급한다(단,총재는후임총재부터 적용).일만 잘하면 최고 8,000만원의 보너스가 생기는셈이다.그런데 부총재보(이사)를 제외하고는 정작 성과급 지급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없다.통상 성과급은 개인별로 그해 목표치를 정해 초과달성의 정도에 따라 성과급 지급 여부나 지급규모를 결정한다.그런데 부총재나 금통위원은 성과목표도,평가기준도 없다.이러한 일을 수행한다는 직무성격규정(직무평가)만 있을 뿐이다.
한은의 변명도 궁색하다.“성과급을 실제 시행할 계획이없기 때문에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한다.그렇다면 애초 성과급 시행규정을 두지 말았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꿀먹은 벙어리’다.마치상다리 푸짐하게 밥상을 차려놓고는 밥먹을 생각이 없다고 우기는 식이다.한은이 성과급을 통해 임금을 편법 인상하려다 여론이 좋지 않자 슬그머니 물러선 것이라는 관측도 들린다.
직무평가 전문가이자 한은 업무에 밝은 한 경영학박사는 “정책결정이 문책의 대상이 되기 어렵듯,한은 총재·부총재·금통위원은 업무특성상 기본적으로 성과급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정책결정권자인 이들이 성과급을 받으려면 누가 봐도 통화정책이 잘 수행됐다고 수긍해야 하는데 그 평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한은은 물가를 ‘잡았기’ 때문에 성공한 통화정책이라고 주장한다.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한은이 너무 오랫동안 저금리정책을 고집하는 바람에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이 엄연히 존재한다.
한묶음일 수밖에 없는 총재·부총재·금통위원의 성과를 총재 1인이 평가하도록 한 규정도 어색하다.
한은은 내년부터 전직원을 대상으로 성과급을 줄 예정이다.국장급등 직원들의 평가기준은 이미 세부시안이 마무리돼 노조와 협의중에있다.직원들의 평가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임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잣대를 적용하는 꼴이다. [안 미 현 경제팀 기자]hyun@
2001-01-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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