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원칙 못지키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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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1-09 00:00
입력 2001-01-09 00:00
회견에서는 수사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브리핑)도 있었다.중수부장 등 배석자들은 추가로 보충설명을 하기도 했다.브리핑을 자제하겠다던 그동안의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회견의 목적은 금방 드러났다. 박총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이해에 따라 사건을 왜곡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이런 요구를 정치권에 전달하기 위해 회견을 가진 것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야권은 사실여부를 떠나 여당과 검찰을 향해 총공세를펼치고 있다.검찰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박총장이 직접 나선 것도 이런 연유로 여겨진다.몇달 전 검찰이수사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가능한 한 자제하겠다며 그 이유를 열거했을 때 수긍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피의사실을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보다는 수사 상황이 중간중간 공개됨으로써 날아올지도 모르는 여론의 화살을 피하겠다는 자기방어적인 의도가 다분히 담긴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어쨌든 검찰은 이를 하나의 원칙처럼 운용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이런 원칙은 이번 수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수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브리핑을 하지 않을 때도 있었고,하더라도 ‘밝힐 수없다’는 말을 되풀이할 때가 많았다.
그런 검찰이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약속을 저버렸다.‘함구’로 일관했지만 수사 상황은 청와대며 여권에 보고돼 계속 밖으로 흘러나왔다.겉으로만 수사기밀 누출을 막았지 뒷문으로는 줄줄 새 나갔다.
박총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함으로써 원칙을 또다시 어겼다.브리핑을핑계로 정치권에다 목소리를 낸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이를 위해 언론을 이용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검찰이 제대로 서려면 반드시 원칙을 지켜야 한다.검찰이 생각하듯원칙은 ‘코에 걸었다 귀에 걸었다’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손성진 사회팀 팀장 sonsj@
2001-01-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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