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뺨맞고 언론에 ‘화살’
수정 2001-01-03 00:00
입력 2001-01-03 00:00
99년 옷로비 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여론의 집중 화살을 받았다.의혹으로 제기되는 대목을 파헤치고자 했지만 속시원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지난해 잇따라 터진 한빛은행·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 등 대형 금융비리 사건도 마찬가지였다.고위층 연루설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은 거의 없었다.여론은 검찰이 사건의 본질을 숨기고 있다고 질타했고 사상 초유의 수뇌부 탄핵안까지 제기되면서 검찰의 위상은 땅으로 떨어졌다.검찰은 여론을 이끄는 언론에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이미 지난해말부터 내부적으로는 진행중인수사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브리핑을 하지 않는 등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박총장의 발언은 이런 내부 움직임을 공식화한 것이다.수사의 본류와 관계없는 유언비어나 근거없는 의혹을 해소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앞으로 수사 진행 상황은 큰 줄기나 결과만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때문에 검찰 수사가 독단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여론을 무시한 채 수사에 임하는 것은 여론의 사회감시 기능을 외면한 무책임한 발상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법조계의한 관계자는 “검찰이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론을모두 무시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오히려 수사과정에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이 검찰의 임무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
2001-01-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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