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이상한 여성 시대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2000-11-27 00:00
입력 2000-11-27 00:00
인테리어에 무감각하던 친구가 이십년만에 이사를 하면서 가구를 싹 바꿨다고 한다.그러고보니 이제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볼 때에도 인물보다 가구가 더 눈에 띄기 시작하더라나.무심코 지나칠 일도 나와연관이 되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나도 가끔씩 한국에 올 때마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본다.그러나 나의 관심은 인물들의 성격이나 스토리 전개가 아니다.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읽기에 아주 좋은 공부감이다.사람들의 관계며,말투며,옷차림이며,먹는 음식까지 다 보인다.



드라마에 나오는 중년 여성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나? 크게 둘로나뉘는 것 같다.말도 안되는 억지와 횡포를 부리는 중년 여성과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죄인같이 기죽고 쩔쩔매는 중년 여성.이 둘의 차이는? 돈이다.시어머니 역할이든 친정 어머니 역할이든 돈많은 집 여성은 자식과 남편은 물론 며느리,사위에게까지 위세를 떨친다.

돈 없는 중년 어머니들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지나? 늘 자식과 남편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모습이다.천사표 행동만 하고도 구박받거나마음 아픈 일들만 벌어진다.며느리에게는 집 한 채 못 사줘서 아들집 가는 것도 미안해 하고,사위한테는 번듯한 혼수 장만도 못해준 처지라 딸 집에 가서도 눈치를 본다.이게 정말 우리 사회의 모습일까? 드라마가 사회를 반영하는 면도 있지만 사회 정서를 주도하고 만들어가는 면도 상당하다고 본다.물론 공감대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돈과 권력”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공식으로 공감대를형성할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요즘 20대,30대의 또 하나의 공식은 “사회 활동을 하려면 결혼의 속박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인 것같다.잘 나가고 똑똑한 여자들이 이상하게 결혼 땐 공주의 환상과 낭만만 찾다가 결혼 후에 아기 엄마가 되면 갑자기 무섭도록 ‘자기 선언’을 한다는 공식이다.이 또한 우리 사회가 만들어 가고 있는 이상한 신화가 아닌지.미국에서도 이런 신화 시대가 있었다.페미니즘이기승하던 1980년대 초.그 때 미국의 드라마와 매스컴은 페미니즘 공식에서 벗어난 방송을 하다가는 폭탄 세례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할 정도였다.그런데 그렇게 맹렬 여성주의자들이 이제 나이 50대,60대에접어들어 가정에 충실했던 여성보다 훨씬 후회가 많다는 통계가 속속 나오니 세월의 덧없음이여! 유행의 물거품이여![최 성 애 국제 심리·가족치료사]
2000-11-27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