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관행’ 못깬 인천공항 귀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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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11-25 00:00
입력 2000-11-25 00:00
인천국제공항이 개항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작지만한번 생각해 봐야 할 해프닝이 있었다. 새 공항 귀빈실(VIP룸) 운영과 관련된 것이다.

최근 귀빈실을 관련 규정에 따라 이용대상자를 제한할 방침이라는보도가 있었다.하지만 공항당국은 곧바로 현행 김포공항 귀빈실 이용관행에 맞춰 운영할 것이라고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공항 귀빈실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할까.건설교통부 부령인 ‘국제공항에서의 귀빈 예우에 관한 규칙’에는 전·현직 대통령과 삼부요인,외국국빈 등만이 귀빈실을 이용하도록 돼 있다.

반면 김포공항 귀빈실 이용관행은 어떤가.장관급 이상 공직자뿐 아니라 국회의원,대학총장,지자체 단체장 등 다양한 VIP들이 이곳을 이용한다.이러다보니 방이 7개나 있어도 VIP 출국이 몰릴 때면 방이 모자라 실무진이 방 배정에 애를 먹는다.한 방에 두 VIP를 모시는 진풍경도 벌어지며,상당수 VIP는 공동사용을 거부해 직원들을 난처하게만들기도 한다.

인천공항공사로서도 VIP문제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을 터이다.내심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싶더라도 고위층의 반발이 예상되므로 공사측은 ‘원칙준수’보다는 ‘관행존중’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없었을 것이다.한 실무진은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우리 사회만큼 특이한 VIP문화가 형성돼 있는 곳도 흔치 않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개혁 차원에서 지방 공항의 귀빈실을 폐쇄한 적이 있다.하지만 VIP들이 지사장실로 몰려들어 지사장실이 졸지에 귀빈실로 변해버렸다.

언론에 단골메뉴로 비판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나 허례허식이고,지도층도 수시로 허례허식 타파를 외친다.그러나 정작 ‘권위주의’ 문화를 주도하는 것은 지도층이다.귀빈실 선호 경향 뒤에도 이런 의식들이 어른거린다.

인천국제공항은 동아시아의 허브공항을 지향하고 있다.그에 걸맞은서비스와 운영체제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그러나 벌써부터 인천국제공항의 한 편에 국제수준과는 궤를 달리하는 ‘VIP문화’가 자리잡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김학준 전국팀 기자 hjkim@
2000-11-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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