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혁 입법 또 물 건너가나
수정 2000-11-18 00:00
입력 2000-11-18 00:00
정치권이 발목을 잡고 있는 대표적인 개혁법안은 ‘전력산업구조개편 추진에 관한 법’과 ‘담배사업법 개정안’이다.한전의 민영화를골자로 하고 있는 전력산업구조개편법은 한나라당이 “국민생활에 영향이 큰 공기업의 민영화는 구체적인 준비 없이는 큰 혼란을 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그러나 한전의 민영화는 한나라당이 여당이었던 시절부터 추진했던 사안이다.국민이 납득할 만한 한나라당의 해명이 필요하다.
담배인삼공사의 담배제조 독점권 폐지가 골자인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공사의 민영화 계획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통상마찰 요인을 없애고 공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그럼에도 이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법 개정으로 잎담배 재배농가에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피해는 잎담배계약재배 등 공사와 재배농가간의 장기협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일이다.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 위기를 맞게 됐다고 정부를 성토하는 국회의원들이 정작 개혁입법의 발목을 잡아서야 말이 되는가.
공공부문의 개혁은 시간을 끌수록 사회적 비용이 가중된다.정치권은‘표’를 의식하기에 앞서 국익을 생각하기 바란다.
정부 부처간의 밥그릇 싸움도 납득하기 어렵다.이른바 ‘돈세탁방지법’인 ‘특정금융거래 보고법안’과 ‘범죄수익 규제법안’은 연내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금융거래정보 제공 대상에서 제외된 데대해 경찰이 반발하는 바람에 이 법안을 성안한 재경부와 행자부간에갈등을 빚고 있다.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제2단계 외환자유화에 앞서 자금의 해외도피와 검은 돈의 국내유입을 막기 위해 관련법의 제정이 시급한데도 밥그릇 싸움을 해서 어쩌자는 것인가.이밖에도 정보통신시스템의 보안강화를 위한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은 국정원의참여를 놓고 법무부와 정보통신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고,‘전자정부구현법’을 놓고도 정통부가 행자부의 주도에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개혁을 부르짖는 정부가 고작 밥그릇 싸움이나 벌이고 있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연금 지급시기를 조정하기 위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반발도 그렇다.지금 국민들은 너나 없이 모두가고통을 겪고 있다.지나친 반발은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2000-11-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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