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클릭/ ‘步武堂堂’한 지각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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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11-17 00:00
입력 2000-11-17 00:00
10시5분 회의가 시작된 뒤에도 의사당 현관앞엔 고급 승용차에서 내리는 의원들이 잇따랐다.촉망받는 ‘386세대’ C의원,검찰 수뇌부 출신 L의원,고위당직자 C의원,‘최다선’ K의원,언론인 출신 L의원,초선의 O의원 등이 차례로 의사당에 들어섰다.10시10분이 지나자 주요당직자 S의원과 M의원,배우 출신 S의원,5선 관록의 K의원 등이 나타났다.15분을 넘어 3선의 L의원,20분이 지나서는 여성 비례대표 K의원 등이 나타났다.30분이 지나자 초선의 P의원이 보무(步武)도 당당하게 들어섰다.이날 회의시각 이후 30분 사이 도착한 의원은 50여명에이른다.지각 의원들은 남녀노소,여·야,초·다선을 가리지 않았다.늦을 수록 태연한 점도 한결같았다.물론 본회의 참석이 국회의원 업무의 전부는 아니다.나름대로 더 급한 국사(國事)나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다.하지만 의원들에게지각 사유를 묻자 제대로 대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몇분 늦은 걸 갖고 뭘 그리 야박하게 따지느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다.하지만 반대 각도에서 생각해보자.만일 의원들이 시간을 ‘엄수’해 회의장에 자리하고 있다면,아마도 질문을 받을 국무위원들은 모골이 송연해질 것이다.의회의 권위는 이처럼 작은 것에서부터 싹트는 게 아닐까.
김상연 정치팀기자 carlos@
2000-11-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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