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방’에 개혁 발목 잡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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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10-28 00:00
입력 2000-10-28 00:00
정부가 추진중인 2단계 기업·금융구조조정이 동방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건 여파로 난기류에 빠져들고 있어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부실기업 퇴출판정 작업은 금융불안 해소를 위해 한시가 시급한 사안인데도 금융감독원이 ‘동방사건’으로 사실상 업무공백 사태를 빚고있다는 소식이다. 이로 인해 부실기업 퇴출판정에 대해 은행간 이견이 있을 경우 최종 판정을 위해 만든 ‘신용위험평가협의회’가 가동을 멈췄다고 한다.당초 이달 말까지 매듭지으려던 부실징후 대기업의퇴출판정을 다음달 초로 늦출 수밖에 없다고 금감원 고위 관계자가말할 정도이니 매우 걱정스럽다.

이번 사건으로 상호신용금고 구조조정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큰 일이다.정부는 올 연말까지 부실금고는 물론 부실 우려가 있는 곳을 포함해 금고 30여개를 제3자 인수 등을 통해 정리할 방침이었다.그러나금감원은 현재 국정감사와 동방신용금고에 대한 특별감사 때문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강력하고 신속한 기업·금융구조조정이 유가 강세와대우차 매각 지연 등으로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누누이 강조했다.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대외 신인도 상실로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만에 하나라도 기업·금융개혁이 이번 동방금고 사건에 발목을잡히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미국 시티은행이 엊그제 내놓은 보고서에서 “기업개혁이 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국 주식시장은 회의적이고 원화가치가 절하될 것”이라며 “현재 한국경제는 ‘재도약이냐,아니면 경착륙이냐’라는 일종의 기로에 직면했다”고 경고한것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으로 1∼2주가 한국경제의 최대 고비라고 지적한 대목을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곱씹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할 곳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작업이다.



따라서 2단계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금융당국에대한 ‘지나친 흔들기’는 국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물론 금융당국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겠지만 이것이구조조정 자체에까지 영향을 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초가삼간이 다 타도 빈대 죽는 것만 시원하다’는 식이어서는 안된다.우리 개혁 일정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당장 부실기업 퇴출 뿐 아니라 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켜야 한다.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기업퇴출도 연내 마무리해야 한다.금융당국과 채권은행단은 하루빨리 정신을 가다듬어 기업개혁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국회는 구조조정에 들어갈 공적자금 조성을 위한 토론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2000-10-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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