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옷 베트남 특별전을 열고
기자
수정 2000-10-24 00:00
입력 2000-10-24 00:00
종전 25주년,정도(定都) 990주년을 맞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국립민속박물관과 한국복식문화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아름다운 한국 옷의 선과 미소’전은 계획 단계부터 이렇게 여러 사람의 애간장을 태웠다.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에 맞게 모든 전시내용을 사전 검열받아야 했다.한 걸음 나갈 때마다 어려움을 겪게 하는 현지 공무원들의 태도는 “나도 저런 것은 아닐까”하는 반성의 시간도 갖게 했다.
그러나 하얗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샌 뒤 17일 열린 개막식장.전시장을 가득 메운 인파들,현지 언론들의 뜨거운 취재 열기,그리고 눈부시게 화사한 한복을 보며 찬사를 보내는 베트남 사람들의 축하와 격려 속에서 그동안의 조바심과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말이 쉬워‘문화교류전’이지 서로의 가슴을 열기가 얼마나 어려운일인가.전쟁으로 응어리진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들.아직 한번도‘한국’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 베트남인들에게 우리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한복에 실어 보냈고,그들의 화답은 기대 이상으로 순수하고 뜨거웠다.월남 파병 이후 30여년 동안의 기나긴 악연의고리가 한순간에 끊어지는 것 같았다.
문화는 물과 같은 것이 아닐까.조금씩 스며들어 흠뻑 취하는 정취가있는 것이 바로 문화이다.국제간 문화교류는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언제나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그러나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씨를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베트남 한복 전시회는 시작에 불과하다.이제는 우리에게 있어특별한 의미와 인연을 가진 나라들부터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는 작은 출발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사슴의 눈망울을 닮은 베트남 사람들과또 다른 의미 있는 만남을 기대한다.
宋 秀 根 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장
2000-10-2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