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한건주의’인가
수정 2000-10-13 00:00
입력 2000-10-13 00:00
어떻게든 언론에 자신의 이름을 부각시키겠다는 인기영합적 ‘한건주의’식 정치행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이를 위해 정부가 제출한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보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재가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언론이 속보경쟁을 의식해 별도의 검증과정 없이 보도하는 한 국민들은 그대로 믿을 수밖에없다.정부가 정정보도를 통해 해명에 나서더라도 엎지른 물을 담는모양새로 끝나기 일쑤다.언론 관행상 정부의 해명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일부 부처는 ‘이번에 지나가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해명에도 소극적이라고 한다.결국 남는 것은 정부정책에대한 불신과 불만에다 정치권과 정부,언론 사이의 갈등뿐이다.
여기에다 근거가 불투명한 주장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이른바 ‘폭로정치’도 되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예결위 질의를 통해 “이 정권은 야당 인사 172명에 대해 1년2개월 동안 계좌추적을 마쳤으며,여당 인사 4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사정당국은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가 끝나면 야당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이같은 주장의 출처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이에 대해 민주당은 “정의원은 주장의 근거를 분명히 대야 하며,그렇지 않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는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여권은 문제의 주장이 정의원의 입을 통해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분위기다.정의원이 지난해 ‘언론대책문건’ 사건을 시작으로,올초까지 계속됐던 일련의 ‘폭로발언’과 무차별한 ‘과격발언’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그는 우여곡절 끝에 검찰 조사까지 받았지만‘폭로’ 가운데 사실로 확인된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여야는 정의원의 발언을 빌미로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있다.여야가 총재회담을 통해 ‘대화정치’복원을 약속한 것이 지난9일이다.40일 가까이 공전했던 정기국회도 이제야 가까스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국회가 처리해야 할 사안은 산적한 상태이다.그런데도여야가 또다시 대치국면으로 치닫고,국회가 파행한다면 이는 국민을기만하는 몰염치한 행태로 비난받아 마땅하다.정치권 스스로 ‘구제불능’임을 선언하는 것과 다름 없다.이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정치적 목적과 이해에 얽매인 ‘돌출행동’은 삼가야 한다.
‘한건주의’식 정치행태 역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언젠가는 의원 본인에게 불신의 ‘부메랑’으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거듭강조해 둔다.
2000-10-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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