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낙동강 오리알’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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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9-14 00:00
입력 2000-09-14 00:00
“왕(王)회장 시절의 현대건설이 이 지경이 될 줄이야…” 요즘 현대건설을 바라보는 내부직원들의 넋두리다.

힘겹게 유동성 위기를 넘겼지만 건설맨들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고있다.

연말까지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를 막는 데 급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자금확보에 지친 탓에 건설위기의 책임론마저 제기되고있다.

건설맨들은 우선 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현대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에 자존심이 상해 있다.

그러나 이 보다 현대그룹의 모태기업으로,계열사들을 거느리며 돌봐온 건설을 계열사들이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건설때문에 피해를 보고있다는 등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데 대해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최근 정몽헌(鄭夢憲·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현대전자의 지분(1.7%)을 정리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의 주식(23.9%)을 사기로했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건설의 유동성을 확보하자는 순수한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MH가 현대건설을 버리고,현대상선을 모태기업으로 삼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의 맏형으로 어려운 계열사를 뒤치다꺼리하다 결국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적지않다.

현대건설 한 관계자는 “왕회장 시절의 화려했던 건설이 왕회장의퇴진과 함께 빛을 잃어가는 느낌”이라면서 “그러나 유동성 위기가건설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고,강도높은 자구노력으로 옛 영광을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위했다.

주병철기자 bcjoo@
2000-09-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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