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醫·政 합의 도출해야
수정 2000-08-11 00:00
입력 2000-08-11 00:00
그동안의 부분 폐업만으로도 병원을 제때 옮기지 못했거나 입원을 거절당한 환자들이 숨지는 일들이 발생했다.수술을 앞두고 억지 퇴원한 뇌종양 환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환자들이 하나 둘 죽어 가는 것을 보면서도의사들은 또다시 전면 폐업에 들어가려고 하는가.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계의 재폐업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의사들로부터 내팽개쳐진 환자와 그 가족들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의사들은 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의사들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사실 당국이 관계장관 회의를 거쳐 10일 제시한 ‘의약분업 관련 보건의료발전대책’은 의료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다.오는 9월부터 당장 처방료를 63% 이상 대폭 인상하고 국공립병원 전공의 보수를 15% 올리며 2년 이내에 의과대학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으로 상당한 국민부담을 전제로 한것이다.즉 이번 정부 조치로 앞으로 2년간 총 2조원이 넘는 추가 재정이 필요하고 결국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과 의료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우리는 의료계가 국민과 정부에 대해 더이상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일부의 시각처럼 의료계의 재폐업 돌입이 신임 보건복지부장관 ‘길들이기’ 전략이라면 졸렬하기 짝이 없는 전략이다.의사들은 설혹 만족할수 없더라도 일단 이 정도에서 극한 투쟁을 풀고 병원으로 돌아가 요구사항을 차근차근 관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의료계가 주장하는 약사법 전면 재개정은앞으로 의약분업 평가단을 구성해 제반 문제점들을 논의한 뒤 법령 개정작업을 하겠다고 당국이 약속한 만큼 이 또한 조만간 해결될 문제다.
당국도 의약분업 실시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좌절감에 빠진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이는 의료대란을 푸는 열쇠이자 환자들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과 밀접히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의(醫)·정(政)이 인내심을 갖고 대화로 합의점을 찾아내기 바란다.
2000-08-11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