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그 밥에 그 나물인 화랑가
기자
수정 2000-07-27 00:00
입력 2000-07-27 00:00
반면에 상업화랑이나 전통적인 미술관에 가면 비교적 편안한 얼굴을 한 관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명작에 대한 기대와 감동을 받을 자세를 갖추고있거나 알 듯 모를 듯 하지만 그런 대로 걸작의 끝자락이라도 몸소 체험했다는 데서 오는 안도감이 역력한 것이다.여기에 더해 몇 년 전부터는 이들 공간에서 주로 방학기간을 이용한 대형전시들이 자주 열리기 시작하면서 학생이나 청소년 관람객들을 자주 보게 된다.대개 이들은 적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길게 줄을 서서 팸플릿이라도 하나씩 들고 대가의 작품들을 차례대로 관람하는 방식을 취한다.뭐 나쁠 것은 없을지 모른다.아니 좋은 작품들을 직접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데 가뜩이나 문화적 편식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상황에서 이를 개선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그러나 그런 순진한기대를 하기엔 이 어린 관람객들은 너무 얌전하고 너무 심드렁하며 너무 딴생각을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주머니 돈을 모아서 고급사교계의 취미생활을 연명한다는 ‘무식한 악평’을 듣지 않으려면 화랑이나 미술관 관계자들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예술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컨텐츠들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뻔한 미술은 불만스러운 미술보다 더 못한 것이다.
큐레이터 백지숙
2000-07-27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