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참사 이모저모
수정 2000-07-17 00:00
입력 2000-07-17 00:00
유족들은 이날 오전 조문한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에게 빠른 시일안에시신 확인,피해보상,학교측 관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이번 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독일어과 학생들은 16일 아픈 몸을 이끌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친구들의 명복을 빌었다.
박근(16)양는 오후 2시쯤 부러진 왼쪽 팔에 깁스를 한채 평소에 친했던 전지언(16)양의 영정 앞에서 오열했다.박양이 울음을 그치지 못하자 유족들이오히려 박양을 위로했다.
■독일어과 1학년 교실은 숨진 학생들을 그리는 추모의 정으로 가득했다.
숨진 학생의 책상 위에는 하얀 국화한송이와 위패가 놓였으며,칠판에는 “너희와의 짧은 추억은 언제나 우리곁에 있을거야.천국에서 웃는 모습으로 만나자”는 등 친구들을 그리는 글이 빼곡이 적혀있었다.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7호 버스에 탔던 윤현정(30·여·독일어과)교사가낮 12시30분쯤 환자복 차림으로 합동분향소를찾았다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불길 속에서 제자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생생히 목격한 탓에 큰 충격을 받았던 윤교사는 병원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분향소를 찾아 제자들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리다 결국 실신했다.
윤 교사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 같아 병실에 편안히 누워있을수 없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합동분향소에는 정치인들의 발길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 일행이 찾아와 학생들의 영정에 헌화하려 했으나 유족들이 “그만 됐다”며 돌아갈 것을 요청했다.일부 유족은분향소 안에 놓인 정치인 명의의 조화를 보고 “꼴도 보기 싫다”며 치워줄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15일에는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과 민주당 이인제(李仁濟)고문,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분향소를 찾았다.이 총재 일행이 학생들의 영정에 헌화를 하자 유족들은 “뭐하는 짓이냐”며 격분,바나나와 수박 등을집어던졌다.
김천 한찬규 김상화, 부산 이기철기자 cghan@.
*경찰·도로公 '사고다발' 책임 떠넘기기.
부일외고 수학여행버스 사고현장이 사고다발지점으로 드러나면서 안전시설설치문제를 놓고 경찰과 도로공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경북 김천시 봉산면 광천리 추풍령고개 정상인 서울기점 214㎞부터 220㎞까지 6㎞ 구간은 S자 코스가 계속되는 내리막길인데다 경부고속도로 중 도로기울기가 가장 심하다.이 때문에 올들어 6월까지 20건의 사고가 발생,4명이숨지고 36명이 다쳤다.
그런데 한국도로공사측은 이 지점에 설치돼 있던 미끄럼방지 포장을 6월초아스팔트 덧씌우기 공사를 하면서 제거해 버렸다.
경찰은 이와 관련,“6월28일 도로공사 관계자와 회의를 갖고 추풍령휴게소부근 내리막길에 사고방지를 위해 미끄럼방지 포장을 설치하도록 요청했으나설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미끄럼방지 포장을 없애면 코너링 부분에서 과속으로 인해 추돌사고 등이 일어날 위험이 크다”며 “이번에도 사고지점 이전에 미끄럼방지 포장이 있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측은 “도로 복구를 위해 아스팔트를 덧씌우다 보니 불가피하게 미끄럼방지 포장이 없어진 것”이라며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8일도로공사가 예산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이 구간에 무인단속장비를 설치해 주도록 경찰청에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천 한찬규기자 cghan@
2000-07-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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