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유로2000이 보여준 재미있는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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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7-04 00:00
입력 2000-07-04 00:00
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0)는 현대축구의 전형을 극명하게 제시한마당이었다.

유로2000이 제시한 현대축구의 모델은 두가지 요소를 함축한다.첫째는 플레이가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점이고,둘째는 엄격한 판정으로 철저하게 공격자를 보호함으로써 무승부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이같은 사실들이 7시간이나 시차가 있는 한국에서조차 축구 팬들을 밤새 TV앞에 묶어둔 원인이아니었던가 싶다.

훌륭한 포장이 유로2000을 빛낸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지적도 있다.그림같은잔디 운동장에 넘쳐나는 관중,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 포착 등이 플레이를 돋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먼지가 폴폴 나는 메마른 잔디,텅빈 관중석,틀에 박힌 각도에서의 카메라 포착 등에 식상한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그림 자체의 탁월함에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던게 사실이다.

유로2000은 특히 국내 경기장과는 달리 상하좌우 어디에든 카메라 설치가가능하게 설계된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름으로써 팬들에게 훌륭한 그림을 제공했다.이 점이 선수들의 미세한 근육움직임,땀방울,스파이크 끝에서 튀어오르는 잔디 뿌리까지 클로즈업시켜 보여줄 수 있었던 바탕이었다.

그러나 유로2000이 국내 팬들을 열광시킨 진정한 이유는 아무래도 경기 자체가 준 박진감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그 첫째 원인은 역시 엄청나게 향상된 스피드다.유로2000은 매 경기 드리블이 거의 없는,투터치 이내의 빠른 패스로 일관해 보는 이로 하여금 잠시도 공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슈팅 또한 대부분 단독 드리블 없이 논스톱으로 이뤄졌다.

두번째 이유는 90분 경기 무승부가 거의 없었다는 점.총 31게임 중 90분경기 무승부가 6게임(19%)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했다.올시즌 국내 프로축구 정규리그가 60게임에 19번의 90분경기 무승부(32%)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훌리건들의 야유에도 아랑곳 없이 철저하게 공격자 보호원칙에 기반을둔 과감한 ‘휘슬’에서 비롯됐다.이 또한 국내 심판들이 민감한 반칙 선언을 기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격의 예봉을 무디게 하면서 무승부를 양산하는 현실과 대조된다.



유로2000은 게임당 골수(2.7골,올시즌 국내 프로축구 2.5골)가 적더라도 경기 내용이 좋으면 얼마든지 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 대회였다.

박해옥 체육팀 차장
2000-07-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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