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위해선 민간인 사살도 무죄?
수정 2000-07-01 00:00
입력 2000-07-01 00:00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Rules of Engagement)에는 그런 딜레마를 스스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영화가 시작되면 교전으로 아수라장이 된 베트남밀림속을 카메라가 충격적 리얼리티로 헤집고 다닌다.그러기를 10여분.그때까진 베트남전을 소재삼은 전쟁영화의 전형을 다시 보게 됐다 싶지만 그게아니다.미국 정부의 음모에 휘말려 전장의 노병이 군법재판에 회부될 때부터는 숨겨진 진실을 놓고 줄다리기하는 본격 법정영화로 바뀐다.
“제복을 벗느니 총살당하는 편이 낫다”며 평생 독신으로 충성해온 칠더스대령(새뮤얼 L.잭슨)은 예멘 민중의 반미시위 진압을 책임진다.뜻하지 않은시위대의 총격에 부하 사병들이 눈앞에서 죽어가자 갈등 끝에 발사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본국으로 돌아온 그앞에 떨어진 죄목은 민간인 학살.무장 민간인들을향해 응사를 명한 그가 교전수칙을 어겼는지 여부를 놓고 군 당국과 법정공방이 시작된다.시위대쪽에서 먼저 총구를 열고 살상을 가해왔다는 사실을 밝히려 하지만,사건이 국제문제로 비화되길 두려워한 미 정부가 이미 증거물을 없앤 뒤다.
‘엑소시스트’(1973)를 연출한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전장을 무대로 빌렸을 뿐,밋밋한 반전 메시지 이상을 전하려 노력했다.박제된 규율이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에둘러 은유해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퇴역 대령 출신으로,칠더스의 진실을 찾아주는 변호사 하지스는 토미 리 존스가 맡았다.1일 개봉.
황수정기자
2000-07-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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