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한동총리의 분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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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6-30 00:00
입력 2000-06-30 00:00
국회는 29일 본회의에서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서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그동안 계속됐던 자격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국회의장 표결 때처럼 여야의 세대결 양상이 두드러졌다.부결됐을 경우의 정치적파문을 고려한 여권의 ‘표단속’ 결과로 이해된다.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았더라면 자민련은 민주당의 비협조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양당의 공조는 뿌리째 흔들렸을 가능성이 다분했다.이는 심각한 정치적 불안정을 동반,한나라당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그렇다 하더라도 이날의 표결행태는 의정사상 처음이라는 인사청문회의 참뜻과는 거리가 있었다.원칙대로 한다면 정치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의원 개개인의 소신에 따라 투표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본다.

이한동 총리에게는 청문회를 비롯한 일련의 과정이 매우 곤혹스럽고 괴로웠을 것으로 여겨진다.잘 기억나지도 않는 30여년 전의 행적이 문제가 되고 가족과 주변사람들마저 추궁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말바꾸기,재산형성 과정,전력 등 쟁점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껄끄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말바꾸기’에 대해서는 “정치를 하다보니 불가피했다”면서 거듭 사과했지만 일반인들을 납득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70년대 초반의 일이고 투기의 목적은 없었다고 하지만 부인의 ‘위장전입’ 문제도 여론의 표적이 됐다.최근 2년 동안 재산세 납부실적이 없다는 사실도 문제가 됐다.

이총리로서는 사안의 전체를 보지 않고 특정부분만 ‘확대재생산’해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불만스러워할 수도 있다.본인의 해명에는 아랑곳하지않고 단순한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경우도 있었다.총리 후보가 아니라 자연인이라면 그냥 넘었갔을 대목들도 적지 않았다.그렇지만 이같은 불만이나문제점들이 인사청문회 개최의 당위성을 퇴색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이총리에 대한 청문회는 과거와 현재를 불문하고 도덕적,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고위공직에 나서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동안 거론된 이총리의 문제점들이 총리직 수행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하지만 총리 임명동의안의 국회 통과 자체를 국민적 동의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의견표명도 있었지만 아직도 상당수 국민들은 이총리가 총리로서 적격자인지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지난 일을 교훈으로 삼고 입법·사법·행정부를 두루 거친 경륜을 최대한 살려 국가현안 해결에 매진해줄 것을 기대한다.야당도 더이상의 자격시비를 자제하고 협조할것은 협조해주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2000-06-3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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