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시험대 오른 한국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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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6-20 00:00
입력 2000-06-20 00:00
지난 일주일은 우리와 주변국들 모두에게 ‘해빙(解빙)의 아침’으로 기록될 것이다.

55년 냉전구도가 갈라지는 ‘균열음’은 우리와 국제사회를 경악시켰고 한반도 역사를 스스로 열어 갈 한민족의 역량도 맘껏 과시했다.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반도가 국제무대 전면에 나선 것 역시 모처럼 찾아온 민족의 호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 전환기는 늘 기회이자 위기라는 ‘양면의 동전’으로 다가온다.위기를 기회로 살리지 못해 고통의 길을 헤맸던 우리 근대사가 확연히 증언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21세기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우리가 새로운 ‘외교환경’을헤쳐나갈 역량이 있는지 곱씹어 봐야 할 때다. 국가의 모습을 갖춰갔던 60년대부터 우리는 ‘분단 외교’,‘남북대결 외교’에 길들여져 왔음을 상기하자.싫든 좋든 우리는 해방후 55년간의 분단 역사 대부분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를 펼쳐 볼 기회를 상실했다.

한 외교관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 등 주요 우방의 힘에 의지하고 적당히경제지원으로 후진국들의 표를 모았던 것이 냉전외교의 핵심”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외교부 역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러한 냉전외교에 길들여져 왔다는 사실이다.북한 외교목표를 좌절시키고 유엔에서의표 대결을 위해 적지 않은 외교 에너지를 낭비해 온 것 자체가 우리 외교의비극이다. 이 때문에 번듯한 중국,러시아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했고 문제가생길 때마다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며 ‘정상외교’에 매달렸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한반도 주변 4강들이 지금은 한 목소리로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하지만 자신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언제 통일의반대세력으로 돌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과거처럼 주먹구구식 외교에서 벗어나 적어도 우리가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공존과 통일로 향하는 ‘외교 청사진’을 세워야 할 때인 것 같다.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장관의 말대로 ‘걸출한 외교스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정착의 길을 뚫었다면 이 길을 넓히고 고속도로로발전시키는 일은 외교부의 몫이다.

오일만 정치팀 기자 oilman@
2000-06-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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