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이시대와 맞지않는 ‘1%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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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6-03 00:00
입력 2000-06-03 00:00
이 법의 뼈대는 대형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비의 1%는 미술품을 설치하는 데써야한다는 것이다.정부가 과거 이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반발을감수해야 했다.그렇지만 이 법은 이제 예술을 더욱 철저히 생활과 경계짓는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게 된다.생활공간은 생활공간이고 미술품은 미술품이라는….
우리의 ‘1% 법’은 불행하게도 “건축물은 예술품이 아니다”라는 전제에서출발한다. 법이 처음 만들어진 80년대에는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대부분의 건축물이 아름다움보다는 적은 돈으로 더 큰 공간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한 대형건물에 미술품을 전시하도록 한 것도 문화정책 담당자로서는 상당한 노력의 결과였을 것이다.‘성장’이 ‘생활환경’보다 앞선 명제였던 시절에는 이런 노력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예술 그 자체에는 아직 서먹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는 해도,우리 사회는 이미 양(量)보다는 질(質) 위주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1% 법’은 아직도 도시의 아름다움을 작품으로서의 건축물이 아니라 건물 앞에 놓인 미술품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이 법은 이제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최근에 이 법 시행과 관련하여 드러난 조각가와 건축업자의 검은 결탁 역시 시대에 맞지않는 법 규정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한 듯 오는 7월13일부터는 빌딩에 공연장이나 전시장등 문화공간을 설치하는 경우 미술품 설치에 갈음하는 평가를 받도록 개정된법 조항을 적용한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뚜렷한 소신이 없다면 건축주들이 굳이 돈이 더 드는 쪽을 선택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조항은 ‘건축물도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상식으로 돌아가 보완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충분히 건축적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건물에는 의무조항을 면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다소의 경제적 충격이 있을 수 있는 미술계에는 “이제 건축가들이 마음껏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성원해주는 것이어떻겠느냐”고 권유하고 싶다.
서 동 철 문화팀차장
2000-06-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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