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호스트바’ 번진다
수정 2000-05-25 00:00
입력 2000-05-25 00:00
23일 저녁 11시 서울 방배경찰서 형사계에서는 180㎝가 넘는 큰 키에 머리를 염색한 잘생긴 청년 16명이 조사받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스콜피온’이라는 단란주점에서 남자접대부로 일하다 붙잡혔다.16명 중 미성년자가 6명이었다.특히 K군(18)과 L군(18) 등 2명은 강남 S고 2학년생들이었다.
이들은 여자 손님들과 ‘옷벗기 3·6·9’와 ‘왕게임’ 등을 하며 술시중을 했다.
옷벗기 3·6·9 게임은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인 3·6·9게임을 하며많이 틀리는 사람 순으로 옷을 완전히 벗는 놀이다.
하룻밤에 최소한 20만원 이상의 봉사료(팁)를 받는 호스트들은 ‘선수’로불리며,한달에 평균 6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이날 스콜피온 업주 황모씨(48·구리시 교문동)를,서초경찰서는 송모군(18) 등 미성년자를 포함한 남자접대부 21명을 고용해 서초구 잠원동에서 호스트바를 운영해 온 최모씨(29·서울 강남구 논현동)를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강남·서초구에 40여개,이태원에 5개 등 서울에만 50개 이상의 호스트바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호스트바는 점조직식 영업을 하는데다 자주 자리를 옮겨 경찰이 단속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호스트는 단속을 한다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없어 그냥 풀어주는 실정이다.
음란한 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호스트바에는 이른바 ‘문방’이라고 불리는망보는 사람이 3명 이상이나 돼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휴대전화로 연락,문을 잠그고 손님과 호스트들을 비밀통로로 도망가게 한다.
호스트바는 술값이 유흥주점(룸살롱)보다 비싸다.국산 양주 1병에 안주 2∼3개면 50만원.4∼5명이 놀러가면 봉사료를 제외하고도 최소한 200만원 이상치러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들도 술을 마시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사회 분위기와쉽게 돈을 벌려는 젊은이들의 그릇된 가치관이 호스트바를 독버섯처럼번지게 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법의 맹점을 이용,단란주점이 호스트바로 바뀌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염려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2000-05-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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