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빗나가는 과외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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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5-12 00:00
입력 2000-05-12 00:00
무엇보다 대책은 과외의 공급측면보다 그 수요의 제거와 완화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외국은 과외가 적다.왜 그런가.첫째 외국의 학교공부는 한국보다 아주 쉽다.과외를 구태여 할 이유가 없다.둘째 지진아 프로그램이 학교에있다. 영국 런던의 한 초등학교는 영어지진아인 한국 꼬마들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할머니 보조교사를 붙여 주 3일간 영어를 집중(무료로)지도했다.물론영국 교육도 문제는 있다. 영국 초등학교 보조교사를 하는 50대 중반의 아니타는 “공립학교에는 규율이 약하다. 선생들이 걸핏하면 대드는 부모들 때문에 애들을 내버려둔다.그래서 부자들은 자녀를 규율이 엄격한 사립학교에 보낸다”고 말했다.
사실 과외 수요를 부추긴 주요인은 무엇보다 학교에서 배우는 현행 교과 내용이 과거보다 크게 어려워진 데 있다.현행 초등학생 고학년 이상의 수학만해도 고학력 부모가 쩔쩔맬 정도이다.근착 미국 경제잡지 포천은 한국의 초등학교 수학수준이 세계 정상급이라고 극찬했지만 결코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어렵게 가르치니 과외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한국기업의 외국주재원들도 외국보다 어려운 국내 교과목 수준 때문에 외국에서 비싼 과외를 시킨다.
대학입학시험의 내신제 반영도 과외수요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등 일류대에 진학하려면 중학교에서 선택과목 3개,고등학교에서 대학 전공 예정과목 2개 등 5과목만 잘하면 된다.우리나라에서 서울대에 들어가려면 전 과목을 잘해야 한다.입시과목의 대폭 축소 없이는 과외완화도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학교환경은 어려운 과목을 제대로 가르치기 어렵다.우수아와 지진아가 섞인 혼합교실의 평균수준 수업은 불만을 키운다.▲교사의 의욕상실(낮은보수와 과중한 잡무), 학생들의 기강해이에다 ▲일부 교사의 나태가 겹쳐 교실이 붕괴됐다는 지적은 오래됐다.
학교와 교사의 수수방관은 경쟁 원리의 도입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능력을무시한 무차별 평등에 집착하지 말고 사립학교 육성과 시험입학을 장려할 만하다.서울강남 부자동네의 학교가 명문교가 되는 것처럼 빈부격차가 그대로학교격차로 이어지는 사태가 나라 장래에 더 문제일 것이다.
또 동네에서 2∼3개 초·중학교와 여러명의 교사 중 한명을 선택하도록 허용해 무능한 학교와 교사가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외국 제도를 도입할 만하다.교과내용의 하향조정,교실 기강복원,경쟁원리의 도입은 과외수요 축소에큰 도움이 될 것이다.그리고 이런 방안들에 필요한 예산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이상일
2000-05-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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