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投信수습’ 대안없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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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5-03 00:00
입력 2000-05-03 00:00
현대가 현대투신증권 정상화를 위해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 등 총수일가의 사재출자 문제를 놓고 장고를 거듭했으나 묘안이 없어 고민에 빠졌다.특히 총수일가가 현대투신에 개인적으로 지분을 갖고 있지 않고,경영에 대한직접적인 책임이 없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오너의 도덕성을 집요하게거론하는 여론을 수습할만한 대안을 쉽게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안부재로 고민하는 수뇌진=총수일가의 ‘사재출연’에 난색을 표한 현대는 지난 1일 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이 제기한 ‘사재출자’ 문제를 놓고 2일 아침 일찍부터 계동 사옥12층 정몽헌(鄭夢憲) 회장 집무실에서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김재수(金在洙) 구조조정본부장,김윤규(金潤圭) 현대건설 사장,이창식(李昌植) 현대투신증권 사장 등이 머리를 맞댔으나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설사 사재출자를 결정한다 해도 이는 개인적인 문제인데 누가 정 명예회장에게 가서 이 사태와 여론의 추이를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를이끌어낼지도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창식 현대투신증권 대표는 “아직 방안을 찾지 못했으며 내놓는 방안에대해 시장이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부담이 클 것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가능한 여러 방법들에 대해 법적,현실적 가능성 여부를 따지고 있다”고 말했다.후순위채 발행 또는 계열사 담보제공,금융기관 차입은 시장상황이나 법적으로 어렵다는 쪽으로 검토됐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 등은 그러나 현대투신 문제를 장기화할 경우 시장불신을 증폭시킬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빠른 시일내 방안을 발표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재담보 제공설=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사재출연이나 출자 방안은 발표 내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정부와 여론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면서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묘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재계일각에서 제기된 총수일가의 사재 담보제공 문제 등 가능한 모든 대안을 논의했으나 이 방법은 파산직전에나 동원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어서 일단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출연·출자·담보제공의 차이=‘출연’과 ‘출자’는 무상기부인지 여부에 따라 확연히 구분된다.출연은 일반적으로 기부행위를 일컫는다.법률적으로는 비영리 재단법인에 재산을 무상으로 내는 행위를 뜻한다.반면 출자는 어떤 사업을 위해 자금을 내는 행위나 자금 자체를 지칭하는 용어로 ‘투자’와 같은 말이라고 보면 된다.자금을 내는 대가로 주식을 받는다.담보제공은해당 재산의 소유권을 담보제공자가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 출연·출자와다르다.다만 주식을 담보로 제공할 경우 빚을 갚지 못하면 경영권을 잃게 된다.

육철수기자 ycs@.

*‘現投사태' MK는 자유로운가.

현대투신증권 경영 정상화를 둘러싸고 정몽헌(鄭夢憲·MH) 현대 회장 등 수뇌부가 묘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정몽구(鄭夢九·MK)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홀가분한 움직임을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정부 일각에서는 “최근까지 그룹회장을 맡았던 MK가 현대투신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없다”면서 그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견해를 보여 주목된다.

MK는 최근 현대투신 문제에대해선 아무런 관심을 표하지 않은 채 현대·기아자동차 경영에만 전력투구하고 있다.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MK는 벤치마킹을 위해 이달말쯤 독일 하노버 엑스포 현장을 방문키로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에서는 현대 전 계열사들이 현대투신 등 금융계열사를 자금줄로 활용해왔는데도 상당수 계열사를 관장해온 MK가 ‘나 몰라라’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오너로서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금감위는 MK가 96년부터 2년간 단독으로 그룹회장을지냈으며,98년부터 2년간 MH와 공동회장을 맡는 등 그룹경영 전반을 관장해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시각은 오너가 현대투신 유상증자시 실권주를 인수하려고 해도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과 MH만의 능력으로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MK까지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현대자동차측은 “정몽구 회장이 그룹회장으로 있는 동안 금융계열사에 대해서는 전문경영인들이 주요 사항을 결정했으며,특히 부실투신사인 한남투신을 인수한 지난 98년에는 MH가 금융부문을 총괄해왔다”며 이같은 주장에 불만을 터뜨렸다.

육철
2000-05-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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