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달라진 북한 기자들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2000-04-24 00:00
입력 2000-04-24 00:00
남북한 당국이 5년9개월만에 판문점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앉은 22일 오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은 북에서 온 손님과 남측 관계자들로 오랜만에 북적였다.

2층 회담장에선 양영식(梁榮植) 통일부 차관 등 남측대표 3명과 수행원들이 문을 걸어잠근 채 김령성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참사 등 대표단과 정상회담의 의제와 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 1층 기자실.대표단과 함께 남으로 온 북측 기자 29명이 남측 기자들과 한데 어우러져 음료수와 간식을 함께 하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5년9개월 만의 만남이어서였을까.과거와 달리 자기 주장이나 체제선전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낯익은 모습은 남측도,북측도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이번 정상회담과 준비접촉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무엇인가를 이뤄내야 하지않겠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이를 대신했다.

이날 아침 보슬비 속에 군사분계선을 건너온 북측 기자들은 “이번 만남은민족통일을 위한 것”임을 누누이 강조했다.“남북정상회담을 경제적 지원을 위한 회담으로 격하해선 안된다”며 “민족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이라고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은 남측 요청에 대한 김정일(金正日) 장군의 결단으로 가능했다”고 말하면서도 “우리가 이곳에 모이게 된 것은 통일에 대한 민족의 염원때문이 아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또 “북에선 정상회담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며 남쪽 동포들의 반응에 깊은 관심도 보였다.

“회담이 잘되려면 언론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남측언론에 회담을 잘 밀어줄 것을 주문하는 은발의 북측 원로기자.아쉬운 말은 하지않고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북측 기자들이었지만 “전력사정이 나쁘다”,“회담에서 경제지원문제도 논의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자연스럽게 내놓았다.“94년도의 정상회담이 됐더라면 남북관계가 많이 달라졌을텐데…”라며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김일성의 사망,경제 파탄,외교적 고립….90년대를 거치며 경제·사회적인추락의 터널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북한.이런 변화가 북한의 대남정책과 인식을 변화시킨 것일까.22일 시작된 접촉은 북도 우리를 필요로 하고남북관계가 지금과 같아선 안되겠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 석 우 정치팀 기자]swlee@
2000-04-24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