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수도권 투표성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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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4-22 00:00
입력 2000-04-22 00:00
중·대형 아파트가 밀집한 동네에서는 한나라당이 우세를 보였으나 서민밀집 지역이나 달동네에서는 민주당이 강세를 나타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크게 두 가지 경향을 지적한다.
첫째는 개혁과 보수로 차별화되는 정당구도가 정착될 여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지금까지 우리 정치판에서 개혁정당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게 정치학자들의 지적이다.인물 중심으로 보수정당이 만들어지고 비슷한 공약에,투표성향도 인물 및 지역주의에 따라 이뤄지곤 했다.그러나 16대 총선에서서민층은 민주당,중·상층은 한나라당으로 양극화되면서 미국·영국 등과 유사하게 정책과 이념에 따른 정당분류가 가능해질 여지를 남겼다.이는 정치발전면에서 볼때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둘째로 서민층의 투표율이 일부 지역에서 중·상층보다 낮았던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사회적으로 가진 것이 많은 계층은 투표행위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뜻을 국가정책에 반영시킬 기회를 상대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다.그런 수단이 별로 없는 서민층이 투표장을 멀리 했다는 것은 앞으로 여야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의 개혁 추진과정에서 비도덕적 방법으로 부나 지위를 획득한 일부 기득권층이 손해를 보았고 그들이 투표에 상당수 참여한 것 같다”면서 “반면 개혁의 수혜자이지만 그를 체감하지 못하는서민층은 상대적으로 투표에 열의를 덜 보였다“고 분석했다.
계층간 투표성향의 양극화 현상은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상대적으로박탈감이 강한 중산층의 ‘야성화(野性化)’경향과 무관치 않다.게다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저소득 계층 표밭의 결집력이 정권교체 이후 비교적 이완된반면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계층으로 꼽히는 일부 중·상층의 표심(票心)은선거 막판 남북정상회담 발표 등 몇몇 돌출변수로 인해 오히려 구심력을 보였다는 관측이다.
특히 각 정당과 후보간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정치의식이 비교적 낮은 저소득층의 정치적 정체성 상실과 투표권 포기 양상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선거구별 투표성향 양극화의 구체적 예를 들면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당선자가 민주당 이종찬(李鍾찬)후보를 누른 서울 종로에서는 청운동이나 가회동·부암동 등 ‘잘사는’ 동네의 투표율이 58%를 웃돌아 종로구 평균 투표율 57.6%를 넘었다.그러나 서민계층이 몰려 있는 창신동은 투표율이 최하인53.2%에 그쳤다.
한나라당 박명환(朴明煥)당선자가 민주당 김윤태(金侖兌)후보를 따돌린 마포갑에서도 신흥 아파트 지역인 도화동의 투표율이 60%를 넘어 마포갑 전체투표율 55.3%보다 훨씬높았다.투표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의득표율이 높았다.
박찬구 이지운기자 ckpark@
2000-04-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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