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질·원색 발언 자제하라
수정 2000-04-08 00:00
입력 2000-04-08 00:00
이번 총선 과정에서 꼽을 수 있는 대표적 원색 발언으로는 역시 민국당 김광일(金光一)후보의 ‘영도다리 투신론’일 것이다.그에 못지않은 저질·원색 발언이 지역 선거구에서 후보들끼리 오고가지만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문제는 공당(公黨)의 대변인실이나 고위 당직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저질 성명과 원색적 논평을 쏟아내어 선거판을 과열·혼탁으로 몰아가고 있는 점이다.국민들이 또다시 눈살을 찌푸릴까봐 내키지는 않지만 선관위가 지적한 몇가지 실례를 들어보기로 하자.
“제살 깎아먹기식으로 계속 퍼붓다 보면 북한특수가 일지 않겠느냐는 혹세무민의 대국민 사기극이다”-‘북한특수론’을 공격하는 한나라당의 논평이다.국민이 보기에 공당의 논평치고는 너무 야비한 용어의 나열이 아닐 수 없다.“한나라당은 총재부인의 머리 빗겨주고 화장 고쳐주고 핸드백 들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면 전국구 공천주는 정당인가?”-한나라당 전구구 여성후보 공천을 꼬집는 민주당의 논평이다.공당의 논평치고 너무도 품위가 없다.
저질·원색 발언에는 자민련과 민국당도 빠지지 않는다.“‘대북 강풍정책’을 펼칠 때는 마음대로 꽃게를 잡을 수 있었으나 ‘햇볕정책’인가 뭔가를하고부터는 마음대로 꽃게를 잡을 수 없게 됐다”-서산·태안 정당연설회에서 자민련 대변인이 포용정책을 비난하면서 한 말이다.그렇다면 자민련은 지난 2년여 공동정권 때는 뭘 했었다는 말인가.“한나라당은 정권교체 진로를방해하는 고장난 차다.부산에서부터 견인조치해야 한다”는 민국당의 주장은비교적 점잖다고나 해야할 것인가.
국회는 품위 있고 논리적인 토론(말)을 통해 국정을 이끌어 가는 곳이며 총선은 그런 자질과 능력이 있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정치적 행사다.공당의 저질·원색 발언은 국회와 총선의 존재이유를 바탕에서부터 허무는 짓이다.각당은 이제라도 ‘품위있는’ 논평과 성명으로 선거전을 마무리해주기 바란다.품위까지 주문하는 게 지나치다면,적어도 후세대 앞에서 부끄럽지만 않게해달라는 뜻이다.
2000-04-08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